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닥노닥 Jan 14. 2024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을 것 같아서

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안녕(安寧)

1. 아무 탈 없이 편안함

2. 편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정답게 하는 인사말


"내가 이렇게 함부로 글을 써서 남에게 보이는 게 맞는 걸까?"라는 두려움이 엄습해 왔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 

상식을 벗어난 생각들, 

치기 어린 순간의 감정들


나에게 주어진 이 작은 방을 잘 꾸며보자는 소박한 다짐으로 시작했던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나는 차곡차곡 글을 모아갔지만, 막상 분에 넘치는 아닌지, 온전한 글인지도 확인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버스를 놓치듯 여러 글의 영감들을 보내주었다. 


한 단어, 

한 단어, 

또 한 단어


다음 버스가 있다는 걸 알기도 했지만, 이것을 타야 하는지에 대한 망설임이 더 나를 주저하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정류장에 가만히 앉아 버스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목적도 기약도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대학교 동기의 기일이 다가왔다. 장례식 때 다녀온 후로 장지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더욱 예상치 못했던 죽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더욱 안타까웠던 죽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기남긴 안부에 끝끝내 답장을 해주지 못했던 아쉬움이 묵직하게 내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 


다 함께 차를 타고 동기에게 갈 때는 나이를 어디로 먹은 지 모를 실없는 농담들을 주고받으며 왁자지껄 했는데, 산에 한 발 디딘 이후에는 묵묵히 산만 올랐다. 저마다 그 아이를 추억했으리라. 높은 산에 올라보니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하였다는 사실에 내가 지금 서있는 이 편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산에 오르며 지나왔던 길처럼 나이를 먹으면 지나쳐온 과거에 그만큼 두고 온 것들이 많아지기에 '쓸쓸함'이라는 감정이 짙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구나.


"그곳에서 안녕한 건지. 너무 추운 날 갔구나. 꽃에 눈들이 쌓여있네. 춥지 말라고 너의 비석에 곱게 목도리도 메어 있구나. 나는 몇 마디 나누었던 게 전부였는데도 동기 멀리 간다고 걱정해 준 네 덕분에 그 머나먼 대륙을 무사히 잘 다녀왔다. 나는 왔지만, 너는 가버린 이 땅에 너를 그리워하는 동기들과 함께 너를 찾아왔다. 너무 늦은 답장이라 조금은 다르게 답할게. 아프리카가 아니라,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씩씩하게 잘 있다가 갈 수 있도록 힘내서 살아볼게. 응원해 줘서 고마웠다. 잘 있어. 안녕."  


씩씩하게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 

쓸쓸함이 짙어지는 건 필연이라는 생각,

동기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감정.

 

이것들만은 시간이 지나도 틀릴 그런 다짐도, 생각도 감정도 아닐 것 같아서,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을 것 같아서 글을 썼다.


사진: Unsplash의 Ivan Aleksic


작가의 이전글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내 몫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