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1. 살아가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재미
2. 고통이 없이 편안히 지내는 즐거움
저의 집에는 한쪽 벽을 오롯이 차지한 커다란 창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창문 너머의 세상은 제가 만든 작은 수족관입니다
보고 싶은 마음은 물이 되어 수족관을 가득 채웠고
찰나의 순간에 대한 후회들을 자갈로 깔아주었으며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슬픔들도 여기저기 암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 가망 없는 희망들도 곳곳에 산호가 되어 자라고 있네요
그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유영하는 물고기들
제가 그리던 사람들
그저 바닥에 누워 그들을 바라보는 일이 제 삶의 작은 낙입니다
휘이휘이 수만의 눈송이들이 세상을 세차게 휘젓던 날
바깥 풍광이 꼭 스노우볼을 세차게 흔들어 대는 것처럼 보입니다
눈송이들은 제 수족관 속 물고기, 산호, 암초들을 흐릿하게 만들고 이내 사라지게 합니다
어쩌면 수족관은 저 창문 너머가 아니라 제가 있는 곳이고
물고기는 저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제 수족관에 있었던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족관은 그저 제가 과거에 두고 온 것들이 창 속에 비친 모습일 뿐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뻐끔뻐끔,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렸는지 어떤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움으로 가득 찬 수족관에서 눈물은 다시 그리움이 될 뿐입니다
이제 차오르는 눈물과 함께 애써 이 모든 것들을 제 마음 깊숙한 곳으로 꾹꾹 눌러 담아봅니다
다시 생각합니다
지금 눈보라가 치는 건 아마도
스노우볼의 풍경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워 신(神)이 신이 나서 스노우볼을 흔들어대는 게 아닐까
아니면 신도 심심해서 스노우볼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오두막집에 요란하게 인기척 하는 게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이제 수족관을 바라보는 일은 그만하라고 신이 저를 가엾게 여겨 말하는 건 아닐까
이제 물 빠진 수조에서 가쁘게 숨을 쉬는 건 그만두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도 끼고
귀도 시리니까 귀마개도 잊지 말고
꼭꼭 껴입은 다음 바깥세상으로 나가
신과 함께 이 겨울의 눈보라를 아이처럼 황홀하게 바라보고 신나서 뛰어다녀야 하는 거라고
그런 게 삶의 낙인 거라고
눈송이 하나가 제 손에 내려앉았습니다
* 스노우볼은 별도의 순화어가 없어 대다수가 쓰는 단어인 스노우볼로 차용하여 씁니다.*
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