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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콩시니모해 Apr 01. 2021

생활과 주거를 공유하는, 가족에 대하여

시작 : 소개합니다.








생활과 주거를 공유하는, 가족에 대하여


시작 :

우리는 (비교적) 자주 만납니다. 모해는 혼자 살고 킹콩과 시니는 같이 살아서 모해가 킹콩과 시니네 종종 놀러 갑니다.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다보면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중에 어디 살거냐’ 입니다. 아직까지는 서로 근처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는 이제 막 생활을 꾸리기 시작한 우리에게 흥미롭고도 불안한 가능성입니다.


아, 그리고 ‘우리’는 같은 교회에 다닙니다. 같은 교회라 우리가 된 건 아니고 우리가 먼저고 같은 교회는 나중이지만요. 왜 교회 이야기를 하냐면 우리의 대화에 교회와 하나님이 나오거든요. 사실 우리가 지금 공부하는 주제인 ‘가족에 대하여’는 교회 수련회 특강의 후속으로 구체화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각각은 이런 이유로 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킹콩 :

결혼식을 올렸고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나와 시니, 3년차. 법적으로는 동거인, 이해하기 편리하게 사실혼 관계라고 우리 둘을 설명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편리한 설명은 나와 시니의 관계를 너무 납작하게 만든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려고 여전히 애쓰며 살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내가 되고 네가 네가 되면서도 우리의 시간을 함께 엮어가는 방법. 우리와 맞닿아 살고 있는 윗세대나 동세대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결합 모습. 혼인신고를 할 때 채우는 빈약한 항목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결혼과 더불어 따라오는 고질적인 역할극에 우리의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함께 만드는 우리의 가능성을 더 풍부하게 살아내고 정의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방식이 프랑스에 있다고?


욕심이라면 한국에서도 PACS(시민연대계약)만큼 다양한 가족형태를 보장할 수 있게 제도를 기획해서 요청하는 것이지만 (아직)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프랑스 시민결합방식에 관한 공부를 시작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주변국으로  확장해 한국의 현실로 돌아오는 것. 가시적으로는 소책자를 발행해 지인들에게 나누는 것. 문서와 생각과 글을 정리해서 욕심을 위한 밑바탕을 든든히 다지는 것. 정말로 한국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개인의 다양성을 위해 기꺼이 보조장치로 전환되기를 지지하는 것. 다양한 삶을 존중할 수 있는 품을 키우는 것. 그것을 위해 작은 몸부림이라도 보태는 것이 목적이다.


모해 :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삼촌 친구에게 반해 그 삼촌과 결혼하기를 내심 꿈꾸기 시작한 이후 20년이 넘도록 내 인생 목표 중 하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거였다. 여기서의 결혼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 입장해서 서로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맹세의 입맞춤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신혼집에 들어가 사는 걸 말한다. 내 주변의 모두가 내가 한 남자와 사는 것을 알고 법적으로도 서로의 곁에 아무 연인도 있을 수 없도록 공인받은 그 상태.


20대 중반까지 결혼에 대한 열의는 시들해지기도 활활 타오르기도 했으나 인생에 결혼이 꼭 있어야 한다든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결말은 결혼이라든가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한 때나마 결혼을 생각하던 남자도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평생에 결혼은 절대 없을 거라는 생각 혹은 다짐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 뒤에 결혼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따랐다. 지금은 더 나아가 이렇게 힘주어 말하고 싶다. 결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혼 외에 다른 선택지도 필요하다.


결혼 외에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신의 계시는 아니었다. 사람은 평생 혼자 지내진 않는다. 애인이든 친구이든 선배나 후배이든 직장 동료이든 어쨌든 누군가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지낸다. 개중에는 정말 잘 맞아서 혹은 집세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함께 사는 걸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동거는 결혼 전에 임시적으로 가지는 비공식적인 결합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누구도 친구끼리 한 집에 산다고 할 때, 그 둘을 룸메이트로 생각하지 가족으로 여기진 않는다. 연인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지 않는 한 그 둘은 동거인이고 사귀는 사이일 뿐 가족은 아니다. 모든 경우 둘 다 성인이고 생활을 함께 하고 있지만 가족은 부모/형제/자매/남매 뿐이다.


한 성인이 혈연 외의 다른 성인과 가족이 될 수 있는 방법이 결혼 밖에 없는 건 내 생각엔 너무 폭력적인 선택지다. 이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그나마 마련한 안전망에 편입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선택을 안 할 자유가 없다. 내가 부모/형제/자매/남매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외동이라면 혹은 부모님도 돌아가셨다면 나는 결혼을 해야만 한다. 이런 상태에서 결혼을 했다면 혼인 관계를 끝내고 싶어도 돌아갈 가족이 없기 때문에 주저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을 꼭 안 해도 되지 않겠냐는 말을 하면 주변의 질문과 반응은 대개 같다. 그럼 남자 친구랑은 동거만 하려고? 그럼 너무 쉽게 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혹은 그럼 평생 혼자 살아? 어떻게? 여기에도 할 말은 많지만 내 생각일 뿐 다양한 사례나 근거는 없었다. 그래서 이 공부를 시작한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과 비혼 상태이기 때문에 불안한 나 자신에게 이 공부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결혼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어떨까?


시니 :

2021년 1월 교회에서 생태 겨울수련회가 열렸다. ‘코로나19’, ‘’기후위기’와 연관된 여러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여러 활동 및 강의/토론을 하였다. ‘생태와 여성’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신 구미정 교수님을 통해 프랑스 PACS 제도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결혼 아니면 동거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매우 놀랍고 급진적인 제도였다. 동성애자들을 위해 시작된 제도를 이성애자들이 오히려 더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 사람들이 가장 염려하고 좋아할 만한 이야기인) 출산율 증가에 기여했다는 점도 매우 신기했다.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결혼 제도나 PACS 제도는 동거와는 다르게 국가가 정해 놓은 법 테두리 안에 들어간다. 이성애자 입장에서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기에 결혼 제도가 아닌 PACS 제도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 수련회가 끝나고 (이 글을 함께 쓰고 있는) 친구들과 사적인 모임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친구들 역시 각자의 이유로 결혼 제도에 대한 의문점 및  대안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의 결혼 제도 및 대안에 대해 조사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첫번째 나라는 당연하게 프랑스로 선정했다.


추가로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과연 성경은 ‘결혼’과 ‘결혼 제도’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결혼’과 ‘결혼 제도’는 별개의 주제인 것 같다. 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듯이, 30년 이상 교회 문턱을 넘나든 사람으로서 성경에서 말하는 ‘결혼’ 및 ‘결혼 제도’에 대해서도 나름 찾아보고 고민해보려고 한다.


주제는 같지만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서 공부를 해보고 싶은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세 이유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맨날 셋이 이야기하니까 다른 사람 생각도 궁금해요.   

 

  우리는 이렇게 공부해나갈 생각입니다.  

1. 나라를 정해 그 나라의 가족과 관계된 제도나 문화를 알아본다.

2. 각자 공부해온 내용을 같이 이야기해본다.
    배울 점, 느낀 점, 한국과 다른 점, 별로인 점 등등 다양하게 얘기해본다..

3. 글로 정리해본다.

4. 다음 나라를 정해 공부한다.


3번과 4번 사이에는 각자 정리한 글을 하나로 묶어 관심 있는 사람에게 보내고 브런치에 올리려고 합니다.


킹콩과 시니가 앞에서 이야기 해줬듯 우리가 공부한 첫 나라는 PACS 제도가 있는 프랑스입니다. 다음편부터 2~3번에 걸쳐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프랑스어를 하나도 모르는 세 사람이 공부하다보니 한계가 있어요. 혹시 프랑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있다면 저희에게 자료를 보내주세요. 환영합니다.


문의 및 의견 : lck2021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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