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주거를 공유하는, 가족에 대하여 : 프랑스 1편
공부할 첫 나라를 프랑스로 정한 건 시니의 말처럼 교회 수련회에서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제도(이하 PACS)’에 대한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막상 알아보니 기대와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프랑스의 가족 정책에는 여러 변곡점이 있었는데 주요한 변화는 늘 사회 흐름의 변화와 함께 있었다.
지금의 프랑스에 어떤 문화와 제도가 있는지 말하기 전에 지금의 프랑스가 되기까지 어떤 변화와 흐름이 있었는지를 먼저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프랑스는 19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가족 정책을 도입했다. 그 시기 프-독 전쟁으로 빈곤과 미혼모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가족 정책이라는 이름은 없었지만 가족 부양 의무가 있던 남성에게 월급을 더 주거나 대가족에게 국가가 지원하는 식으로 가족 빈곤을 막으려는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가족 정책의 기틀이 마련된 것은 1938년부터였는데 이때 가족부가 처음으로 설립되었다. 그동안은 사내 복지의 형태로 고용주나 기관이 가족 지원을 주도했었지만 이때부터 국가(정부) 주도로 바꿔나갔다고 한다. 프랑스에도 기업이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일이 자연스러운 시기가 있었다.
1945년부터 사회복지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가족 부양자인 남성을 지원해주고 각종 수당(아동 수당, 가족 수당, 주택 관련 수당)을 지급했다. 프랑스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가능해진 시기가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이 시기의 가장의 책임은 남성 혼자 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60년부터 1975년 사이 가족법 개혁이 진행되면서 프랑스의 가족 정책은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가족법 개혁을 주도한 장 까르보니에 교수는 가족법 개혁의 기본 원리로 ‘자유’, ‘평등’, ‘다원주의’를 설정했는데, 이런 기본 원리의 영향으로 개혁 이후부터는 가족 관계에서도 각자의 선택과 동의(개인의 자유)가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었다. 그 전까지가 출산율이 중요하고, 혼인만이 유일한 연인 간 가족이 되는 결합 방식이었다면 이 가족법 개혁 이후부터 동거와 사실혼 등에 대해서도 별도의 규정을 두고 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고 한다.
정부 주도의 가족법 개혁의 흐름과 시민 주도의 68운동(1968년에 있었던 혁명으로 종교, 애국주의, 권위에의 복종처럼 보수적인 가치들이 아닌 평등, 성해방, 인권, 공동체주의, 생태주의 등의 진보적 가치들이 사회의 주된 가치로 대체된 계기가 되었다. 궁금한 분들을 위해 아래 관련 링크를 걸어두었다)으로 프랑스 사회는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을 수 있고, 어떤 방식의 결합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이 정하도록 존중하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미완의 혁명이지만 이 운동이 프랑스 사회에 아주 중요했던 것 같다. 우리의 주제인 ‘가족에 대해서’로 좁혀 보면, 68운동 이후 프랑스는 혼인 건수 하락(60년대 말 380,000건에서 94년 253,000건), 동거 커플 비중 증가(60년대 16%에서 90년대 87%), 혼외 출산 비중 증가(65년 이전 6%에서 90년대 말 40%)의 점진적인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로 동거 커플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사회적 틀 안에서 보호해야할 필요가 점차 커지고 있었다.
68운동 이후 30년이 지난 1998년에는 동거법과 PACS 입법을 시도한다. 처음에 PACS는 LGBT 인권 증익에 반대하는 보수우파들에 의해 입법에 실패한다. ‘아니, 프랑스가?’ 생각할 수 있지만 프랑스도 전통 가톨릭 문화권에 속했기 때문에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도화하는 것에 민감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인 1999년 11월 의회에서 표결이 이루어지며 가결되었다. 당시, 기독민주당 소속의 크리스티나 부탕 의원이 성경책을 들고 5시간 동안 연설을 하며 ‘동성애를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모든 문명은 쇠퇴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입법 반대자들이 거리 시위를 조직하였으나 참여한 시민의 수는 매우적었다. 위키백과의 PACS편을 보면 입법 당시에는 시민연대계약에 반대했던 크리스티나 부탕과 다른 정치인들이, 현재는 이 제도를 공개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출산율 증대를 위한 가족 정책이 아닌 가족 형태의 다양화에 대비하는 가족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가정 내 양육 부담을 줄이고 부모 모두 개인의 시간을 가지거나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육 서비스를 마련하는 정책을 마련한다거나 고령화나 1인 가구, 독거노인 가구의 증가에 발맞춰 다양한 구성원의 결합을 지원하는 시민 재단도 등장/활용되고 있다.
사회가 변하는 모습을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변화, 제도-법이 바뀌는 변화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결과 지금의 제도와 문화까지 오게된 것 같다. 우리의 공부 주제인 ‘가족’에 초점을 맞춰 정리해보면, 프랑스에는 결합 방식이나 제도에 따라 ‘동거’, ‘결혼’, ‘PACS’, ‘기타 지원’ 이렇게 4가지의 형태가 존재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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