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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완 Mar 21. 2021

어떤 봄날에

[시, 시를 쓴답니다] ④

[시, 시를 쓴답니다] ④



어떤 봄날에



좋은 봄날에 도서관 구석에 앉아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을

도서관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본다 내게는 가장 껴안고 싶은 사람이다


그 서늘한 겨울날도 같은 곳에 있었다

단발의 총성이 도서관에 울렸다

뒤이은 만물의 적막과 침묵

서서히 들려오는 낮은 발자국 소리

숨었다 책장에는 책이 없었다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노려봤다

나를 빼닮은 그 자가 두려웠다

눈이 마주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자가 내 앞에 섰다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아침해가 두 명의 나를 가리켰다

피칠갑을 한 채 방아쇠를 당긴 나와

책으로 덮인 빨간 우물에 잠긴 나를


시린 봄날에 도서관 구석에 앉아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어떤 사람들은

결국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 것이다 충격적인 세계를 품을 것이다


어떤 봄날 도서관 구석의 창문은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창문이다

그것이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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