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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리얼트립 Jun 24. 2021

[류정철] 여유를 찾아, 낭만과 쉼의 제주

필름카메라 수리점 '구석카메라' 주인

29살이 끝날 무렵, 일 밖에 모르던 나에게 ‘번 아웃’ 이 찾아왔다.

그렇게 아무 연고 없는 제주로 무작정 일을 구해 내려왔다. 제주에 정착하고 보니 내가 쓰던 필름카메라 관리를 맡길 곳이 없었고, “그럼 내가 해야겠다” 는 단순한 생각으로 부품용 카메라를 구해 인터넷을 뒤져가며 독학을 시작했다. 같은 불편을 느끼고 있던 주변 사람들의 카메라를 수리해주는 횟수가 늘어났고 차츰 감사한 도움들을 얻어 필름카메라 수리점 구석카메라를 시작하게 되었다. 레트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제주에도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에 가게를 시작한 지 3년째인 지금은 그럴 듯 한 작업실까지 마련하게 되었다. 제주에서의 정착을 위한 고군분투에 지쳐가던 나에게 마음의 쉴 틈을 주었던 곳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 프로젝트 <나다운 진짜 제주>는 나답게 제주도를 경험하고 있는 제주 로컬 8인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자가 제주에서 나다움을 실현하길 바라요. 소수만 알고 있는 제주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여행하려 해요. 우리가 소개할 가장 제주다운 동네, 작은 가게, 숨은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어요. 훗날 마음에 담아둔 제주 곳곳에서 “나다운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예요.

0. 구석카메라, 오래된 필름카메라가 새로 태어나는 곳

이곳은 내가 운영하는 작은 사진관이자 필름카메라 수리점이다. 지금은 많은 사진관이나 기계 수리점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나는 이곳 제주에서 옛날 방식의 삶을 내 나름대로의 리듬에 맞게 사진관에 의지해 지켜가고 있다. 

♢ 12:00 ~ 19:00 | 수, 목 휴무
♢ 촬영예약은 DM 또는 전화로만 가능
♢ 인스타그램 : @camera_gusuk
♢ ☎ 010-3882-0600
♢ 관덕정 맞은편 양내과의원 건물 뒷골목



1. 오래된 목욕탕에 덧입혀진 따스함, 카페 리듬 앤 부르스

관덕정 쪽 정류장에 내려 제주은행 옆 골목 안쪽에 있는 이곳은 빈 손으로 제주에 내려온 나에게 여러 방면으로 살가운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는 수다를 떨면서 편하게 쉬고 싶을 때면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쌀다방 현 리듬으로 불리며 오래된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독특한 감각으로 꾸며낸 공간이다. 사장님의 정성이 가득한 음료와 디저트를 함께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공항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조금만 걸으면 제주 원도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관덕정 주변 동네와, 바다가 훤히 보이는 탑동공원도 볼 수 있다. 여행 중에 들르기 좋은 위치, 한 템포 쉬며 제주의 여행 계획을 점검하기로 이상적인 공간이다.

11:00 ~ 20:30 ┃ 목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rhythm_and_brew_s
☎ 070-7785-9160



2. 할망들이 전해주는 마음의 평화, 동문시장

동문시장 쪽에 볼 일이 생기면 꼭 들렀다 가는 나의 참새 방앗간이 한 곳 있다. 할망들의 기름 바른 투박한 손으로 떼어지는 흰 반죽을 구경하다 보면 무엇에라도 홀린 듯 주문을 하게 된다. 뜨거운 속을 후후 불어가며 여유롭게 걷는 별 거 없는 시간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불현듯 “오픈키친의 모티브는 호떡장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동문시장은 제주시에서 5일장 다음으로 규모가 있는 활기찬 전통시장이다. 시끌벅적한 시장 구경에 지쳤다면 버스정류장 쪽으로 살짝 빠져나와보자. 할머니들의 포장마차가 3-4개 줄 지어 있는 입구가 보인다. 어디든 골라잡아 맛있는 호떡을 주문해 맛보시라, 다른 곳에서 먹는 호떡과는 달리 “아! 내가 여행 왔구나” 하는 이유 없는 이국적인 감정이 들 것이다. 다만 따듯한 상태를 유지하며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개수만 주문해서 먹길 추천한다. 맛있다고 여러 개 사서 숙소로 가져가면 푸르스트의 홍차와 마들렌 효과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 시장 1번 출입구



3. 금능해변, 오렌지빛 일몰을 보며 마음을 비우시라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먼바다를 찾아가곤 하는데, 그저 파도를 보며 멍하니 있고 싶던 나에게 한적한 금능해변은 최적의 장소다.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물고 일몰을 보고 나면 홀가분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협재해변 옆에 작게 위치한 금능해변은 다른 해변과는 달리 주차장과 화장실이 잘 구비되어 있다. 또 주차장과 해안이 가까워 차 안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도 있다. (참고로 금능해변은 제주도의 유명한 일몰 명소다. 해 질 녘 바닷가는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날이 많다.) 바다 건너 비양도를 편하게 걸터앉아 볼 수 있는 돌담이 있고 그 뒤로 빼곡하게 서 있는 키 큰 야자수가 분위기를 더한다. 바다 색은 또 어찌나 투명하고 아름다운지, 가끔 제주에 이런 이국적인 풍경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련함을 더한다.

얕은 물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서는 하얀 모래 사이에 섞인 조개, 보말, 산호 조각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에메랄드 빛 해변에 앉아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어느새 훌쩍 흘러간다.



4. 사려니숲, 이른 오전 자연의 평화로움

계속해서 조용한 곳을 찾다 보니 그 마지막은 숲이다. 초록으로 가득 찬 주변을 돌아보며 걷다 보면, 흙을 밟는 내 발걸음과 들이쉬는 숨소리가 크게 느껴진다. 스스로를 돌보며 쉬어가는 법을 알게 될 때까지 숲은 좋은 휴식처가 되어주곤 한다. 편백 나무와 삼나무 등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사려니숲은 8m 위로 쭉 뻗은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보며 걷기 좋다. 시원하고 향긋한 냄새가 가득해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려니숲이지만 숲을 누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려니숲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려면 아침 일찍 가야 한다. 아직 잠이 덜 깬 숲이 들려주는 고요한 소리들, 생명이 움트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비가 조금씩 오는 날이면 사려니숲 특유의 분위기를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데 우선 초록과 갈색의 대비가 강하게 지면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나무에서 나는 향도 훨씬 짙다. 나처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른 아침 사려니 숲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숲과 아름다운 대화를 해 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글: 류정철

사진: 류정철

에디터: 지은경

제작: 마이리얼트립


✈ 마이리얼트립에서 나다운 진짜 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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