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제주. 어릴 적에는 그 이름에서 형형색색의 커플티셔츠가 연상되곤 했다.
똑같은 표정에 어색한 V자로 사진을 찍고, 누군가를 따라 어딘가로 줄지어가고,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기꺼이 호객행위를 당하고야 마는, 힘들게 살아온 인생에 주는 선물 같은 곳. 그때는 왠지 이곳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제주의 조용한 오름과 인적 드문 바닷가와 정 많은 사람들, 60년 넘은 무뚝뚝한 식당의 참맛을 알기 전까지는.
나는 싱어송라이터 조동희다. 오빠인 동익 오빠와 장필순 언니가 17년 전 복잡한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그를 계기로 나도 제주도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러자 이전까지는 몰랐던 제주의 날씨와 계절을 바라보게 되었다. 마당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그동안 바삐 살아온 내 삶에서 마침내 작은 쉼표를 하나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1년 전 나는 제주 애월에 집을 하나 얻었다. 지금의 내게 제주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맑은 친구들이 늘 반겨주는 곳이 되었다. 속 깊은 제주의 느리고 빛나는 내면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 프로젝트 <나다운 진짜 제주>는 나답게 제주도를 경험하고 있는 제주 로컬 8인에게서 영감을 얻었어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자가 제주에서 나다움을 실현하길 바라요. 소수만 알고 있는 제주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여행하려 해요. 우리가 소개할 가장 제주다운 동네, 작은 가게, 숨은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어요. 훗날 마음에 담아둔 제주 곳곳에서 “나다운 진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신창 풍차해안로에서 한경해안로를 거쳐 노을해안로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제주의 풍경을 지녔다. 작고 형형색색의 집들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또 한편으로는 북유럽 작은 어촌마을 같다는 느낌도 든다.
다른 해안지역에 비해 사람이 적고 잔잔한 바다라서 일까, 햇빛이 좋은 날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반짝이는 윤슬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바다 위에 누군가가 유리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아 기분 좋은 눈부심을 기억에 새겨준다. 그 눈부심 사이사이 마치 동화책을 읽다가 잠들어 꾸는 꿈처럼 은빛 돌고래들이 뛰어오른다. 일시적인 현상인가 하고 몇 번을 가봐도 이 스팟엔 늘 돌고래가 출현해 춤을 춘다. 주변에 아이들이 있다면 명랑한 돌고래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고함을 지를 것이다. 아니, 반갑고 신기해 소리를 지르는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 이곳에서는 펠롱이라는 단어가 허공에 떠오른다. 반짝이라는 제주방언.
근처에 양식장이 많아 그 물고기들 덕분에 돌고래들이 몰려든다는 설이 있는데 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근처 미쁜제과 소금빵은 무심코 맛보았다가 결국 다시 제주를 찾게 만들 정도의 중독성을 갖고 있다. 으리으리한 한옥에서 맛보는 담백한 소금빵과 바다 풍경, 시각과 미각이 동시에 충족되는 순간! 이 바다를 생각하며 쓴 가사도 있다.
새벽이 밝으면 아무 준비 없이
모든걸 던지고 떠날까? 저 바다로
촉촉한 바람 하얀 구름 저만치
은빛 꿈처럼 돌고래 떼 춤을 추네
마음속 서랍에 걱정은 숨겨두고
어제와 내일은 오늘의 무게일 뿐
얼굴에 닿는 상쾌한 저 안개비
하늘에 닿을 듯한 푸른 언덕의 너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행복한걸
우리꿈 무지개 빛처럼 빛날 때까지
언제나 내곁에 이렇게 있어줄래
우리의 사랑은 달리는 노을 속으로
-
바다침대, 구름이불, 바람부채, 달빛조명
그거면 충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소랑’ 장필순
| 09:30 ~ 20:00 | 연중무휴
인스타그램 : @mippeun_jeju
☎ 070-7785-9160
♢ 카페 주차장에 주차 가능
1년 전, 현지인의 추천으로 점심이나 한 끼 먹 자하며 들렀던 곳이다. 그런데 이제는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이 집 먼저 가서 옥돔지리를 먹어야 ‘아, 제주에 왔구나’ 한다.
간판이 없었다면 일반 가정집 이거니 할 정도로 아무런 장치가 없는 소박한 현지 식당이지만 그 역사는 깊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야말로 그 시절에 흔치 않은 연상연하 커플. 시집와서 신랑이 군대를 가버리는 바람에 그 시간을 기다리며 차린 식당이라 한다. 할머니 연세가 80 중반이시니, 이 식당은 60년이 넘는 역사다. 특히 우리가 호객강아지라 부르는, 식당과 연결된 집 담벼락에 붙어사는 강아지는 어느 누가 오건 애교를 부리며 반겨준다. 아마 이 예쁜 아이 보러 다시 식당을 찾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옥돔구이, 옥돔지리, 물회, 갈치조림 등, 많지 않은 메뉴지만 어느 하나 빼놓고 싶지 않은 차림표. 주문이 들어가면 할아버지 혼자 부엌에서 뚝딱 요리를 해오시고 할머니는 홀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지, 어느 반찬을 잘 먹는지 슬쩍슬쩍 살피시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지 모른다. 모든 것이 다 맛있지만 ‘음식 좀 먹어봤다’ 하는 지인들은 단연코 옥돔지리를 뽑는다. ‘제주도는 옥돔'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 대표음식이자 가격도 꽤 하는 옥돔지리를 여기서는 8,000원에 미소가 절로 나올 정도의 흡족함으로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밑반찬 중 멸치볶음을 무지 좋아하는데 레시피가 다 궁금할 정도다.
이번에도 저녁시간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가면서 전화했다.
“어딘데~? 이미 간판 불 껐는데, 어여 와요~~.”
매일 07:00 ~ 20:00
☎ 064-799-0029 (방문 전 문의 필수)
♢ 주차 가능 (식당 앞 공터 주차)
♢ 버스: 애월리 하차 후 도보
고산리 마을 자구내 포구에서 2km 정도 바닷길을 따라 달리면 나오는 차귀도는 특이한 형태의 지질 명소다.
차귀도로 가기 위한 선착장에는 파도로 깎여진 자연 해식 동굴이 있다. 최근 sns에 알려져 많이들 찾는 포토스팟이 되었으나, 이 인생샷을 건지러 가는 여정은 마음과 몸을 단단히 준비하고 가야 할 만큼 다소 험난한 길인지라 다행히 아직은 그리 붐비지는 않는다. 누구보다 멋진 바위와 바다의 조화를 보고 싶다면 도전해볼 만한 코스다. 바위의 모양도 파도처럼 생겨 그리 미끄럽거나 위험하지는 않다. 초보 단계의 암벽 타기 수준이랄까.
만조에는 동굴 안쪽까지 물이 들어오므로 반드시 간조 시간에 맞춰가야 한다. 험한 모험의 시간 뒤, 동굴 안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내 노래 ‘애틋하다’도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다.
애틋하다. 애틋하다.
청포도색 하늘이 너의 자몽빛 볼이
애틋하다. 애틋하다.
나의 아픔 아는 듯이 속삭이는 너의 노래
수국이 피어날 때 결혼하고 싶다 말하던 작은 소녀는 지금 어디… 이곳은 장필순 신곡 '숲의 레퀴엠'의 가사에 나오는 그 수국이 있는 마당이다. “나 내일 갈게~” 하면 전날 밤바다에 들어가 문어를 잡아오던 친구가 운영하는 ‘루시드봉봉'. 제주도 서쪽 모슬포에 위치한 아름다운 게스트하우스로 올레10코스, 산방산, 송악산, 용머리해안, 바다가 가까워 수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아기자기 작고 예쁜 마당 한편에는 5-6월이면 수국이 만개하는데 제주 어느 유명한 정원의 수국도 이 마당의 수국만 못하다. 색도 모양도 무척 건강하고 행복해 보인다. 그 수국 사이로 들어가라고 하고는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주인장도 너무 좋은 사람이다. 조식은 커피와 토스트, 루시드봉봉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면 내 노래도 많이 나오기에, 이 음악 취향 또한 고맙기 그지없다.
또한 주인장이 직접 운영하는 캘리그라피, 수채화 원데이 강습도 추천한다. 이전에 못했던 새로운 경험도 하며 느린 시간을 걷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의 모양을 선으로 그어보면 저절로 자정 효과가 생긴다. 마음이 지칠 때면 생각나는 곳 루시드봉봉, 수국이 지기 전에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방문 전 문의 및 예약 필수
인스타그램: @lucidbonbon ┃ 공식 홈페이지: www.lucidbonbon.co.kr
☎ 010-3580-3089
♢ 옆 공터 주차 가능
♢ 버스: 대정농협하나로마트 하차 후 도보 1Km
글: 조동희
사진: 류정철
에디터: 지은경
제작: 마이리얼트립
✈ 마이리얼트립에서 나다운 진짜 제주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