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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목 Sep 06. 2024

따뜻한 동행, 장애인 친화 의료기관이 많아졌으면

돌봄 에세이 6



  오늘은 중증 뇌병변 장애인 당사자분과 함께 한 대형 병원진료를 위해 함께 동행 하는 이야기 입니다. 당사자분은 사지가 모두 불편하셔서 휠체어를 타고 함께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너휠체어라는 조금 특별한 휠체어를 운전하는 일일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너휠체어(inner wheelchair)란 누워서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휠체어로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휠체어보다는 조금 더 크게 보입니다. 당사자가 이동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휠체어 덕분에 오늘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더 늘어났으면”

  엘리베이터에도 크기가 참 많이 다양합니다. 작은 크기부터 큰 엘리베이터까지 크기가 다양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큰 엘리베이터를 선택하곤 합니다. 그 이유는 작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가 휠체어가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다음 것을 기다려야 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휠체어라도 들어가면 자리가 더 좁아지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엘리베이터를 찾아야만 마음 놓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도 장애인 전용 휠체어가 더 많아진다면 어떨까 하며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병원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더욱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늘어나면 누구라도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은 사회적 약자와 장애인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기공간이 좀 더 넓어졌으면”

  외래접수를 하고 대기를 하기 위해 휠체어를 밀고 대기공간에 들어섰습니다. 아뿔싸! 대기석에는 많은 분들이 앉아 있었고 서있는 분들도 몇 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뚫고 간호사실까지 가면서 붐비는 탓에 수많은 분들과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인상을 쓰기도 했지만 미숙한 휠체어 운전 실력에 죄송하다고 하며 접수를 위해 지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접수를 마치고 진료대기를 위해 대기공간으로 갔지만 도저히 휠체어가 서있을 수 있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대형병원은 대기만 해도 몇 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대기석은 누구라도 자리를 맡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대기석 옆에서 기다리기에는 많은 분들이 불편한 표정을 지으시곤 했습니다. 결국 저는 주변을 찾다가 한 쪽 복도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곳에는 많은 소음들과 이동형 침대들이 왔다 갔다 반복하며 대기하면서 불편했지만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만약 대기공간에 휠체어 전용 대기석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아쉽기도 했습니다.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좁은 진료실”

  드디어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많은 분들을 뚫고 진료실로 곧장 향했습니다. 진료실에 이너휠체어가 들어가기에는 진료실 문이 작아 고도의 운전 실력이 필요했습니다. 진료실 안에 있는 의자와 침대를 조금 옳기고 주변에 부딪힐만한 물건을 치우고 나서야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비스듬히 세워진 휠체어에서는 의사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진료용 책상과 컴퓨터 모니터에 가려 저 멀리서 들리는 의사의 다정한 목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진료와 따뜻한 간호사 선생님의 설명에도 불편한 주변 환경에 당사자와 저는 불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이용하기에 참 많은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진료실 문이 조금 더 컸더라면 그리고 진료실이 조금 더 넓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진료하는 의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더라면 하는 더욱 신뢰가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정성스런 진료에도 여러 가지 환경적인 제약에 온통 불만스러움이 생길 때 제일 많이 속이 상했습니다.      


  “난이도 높은 수납절차”

  모든 진료가 끝이 나고 다음 예약을 잡고 처방전을 받기 위해 수납할 차례 입니다. 이너휠체어를 밀고 무인 수납용 키오스크로 향했습니다. 키오스크로 도착한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복도에 있는 키오스크에 길게 늘어선 줄이 너무 나도 길어서 이너휠체어를 밀고 줄을 설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너 휠체어를 한 곳에 놓고 가자니 당사자가 걱정이 되고 줄 뒤에 서려고 하니 많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로비에 있는 원무과로 향하기도 결정 했습니다. 로비 원무과에서도 마찬가지로 접수와 수납을 위해 많은 분들이 대기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대기공간은 조금 더 넓어서 오랜 시간이 걸려도 대기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오랜 시간 대기를 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수납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 진료과정은 이렇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병원 안에서의 시간은 불편함이 가득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배려가 필요한 분들이 얼마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지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다양한 질환을 가진 분들이 늘어남에 따라 휠체어를 많이 이용하곤 합니다. 아주 조금만 세심하게 바라보면 병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휠체어 그리고 다양한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분들이 병원을 찾는 것에 어려움이 없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보건복지부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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