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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목 Feb 15. 2024

의대 증원에 대한 나의 생각

소수의 이기적인 의사들이 만드는 의료

  나는 간호사다.

임상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간호를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직종은 당연 의사라는 직업이다. 함께 웃는 날도 많고 같이 싸우는 날도 많다. 하지만 서로의 뜻을 오해하지 않고 참 좋은 의료를 실천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언제 그랬다는 듯 다시 팀워크를 맞추어 나간다. 세상은 분명 좋아지고 있다. 소수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권 향상에도 힘을 쏟는 사람도 있고 평등한 의료를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보다도 먼저 공공을 위해 힘쓰는 의사도 있다. 나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소수를 제외하고 의사 중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의사는 없었다. 물론 소수의 의사는 최악 중에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지고 있는데 자본이라는 큰 장애물 아래에서 살아가자니 정말 숨 막히고 죽을 노릇이다. 그 속에서 병원에 오질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방문진료를 하는 의사, 자신의 수익 대부분을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하는 응급실 의사, 성소수자 진료 매뉴얼 작성에 열정적인 의사, 정신 장애인을 옹호하고 당사자 운동을 펼치는 의사, 나중에 호스피스만 전문으로 하겠다는 친구 의사까지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 의사는 너무 훌륭하고 좋은 의사들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 참 많이 배우고 있다.


 나는 의대 증원에 나는 적극 찬성한다. 물론 남들 잘 때 잠도 못 자고 코피 터져가며 재수 삼수까지 해서 의대에 입학하고 6년이라는 광범위한 의학을 공부한다. 그렇게 미친 듯이 공부하고도 또 인턴과 레지던트 전공의 시절을 보내야만 한다. 정말 태어나서 자유는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삶 속에 의사라는 사회에서 없어서는 숭고한 직업을 택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피땀 흘려가며 의사가 된 사람들에게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의사가 정말 부족하다. 내가 임상에 있었을 때 간호업무만 단독으로 해본 적은 한 곳도 없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의사 아이디로 처방을 내기도 했고 동맥혈가스검사(ABGA)를 직접 해야 했으며 수술 후 드레싱을 위해 나타나지 않는 의사 때문에 직접 드레싱을 하기도 했었다. 응급상황에서 심전도도 직접 촬영하고 CT 조영제 사용 동의서도 직접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기도 했다. 나는 그런 의료 환경이 싫었다. 내 일만으로 바빠 죽겠는데 의사 업무까지 내가 하면서 법적인 분쟁이 생기면 내 잘못이 아닌가? 병원에서는 자본 밖에 관심 없었고 의사가 직접 시술할 시간에 진료를 한 명 더 보고 비급여 처방을 하면 할수록 수익이 난다는 생각들이었다. 아니 그러면 PA를 제도화를 시켜서 법적으로 인정하면 되는데 의사들은 또 그것은 싫다고 한다. 이렇게 의료기관이든 지역사회든 의사가 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고 필요한 상황인데 몇몇 이기적인 의사 때문에 더 좋은 세상으로 향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내 친구 친한 의사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인간으로서 사랑하고 내가 존경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그 친구는 우리나라 Big3 중에서 인턴생활을 했었는데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병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꼽히는 병원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니 의아했다. 월급은 작은데 해야 할 일은 많고 초과근무 수당을 신청할 수 있지만 눈치를 준다고 했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훌륭한 친구가 의사로 좋은 병원에 남아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왜 싫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환자를 위하는 삶을 살고 있는 친구가 참 대단하긴 하지만 세상에서는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인가를 생각하며 나도 같이 그 병원을 원망하게 되었다.


 프롤레타리아 취급하는 기득권.

의사는 한 생명을 살려내기 위한 숭고한 직업이다. 그렇기에 의사는 더 많은 권한과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직업인데 기업과 기득권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프롤레타리라화 시켜 버렸다. 맞다. 의사는 화가 날 것이다. 권한과 권리는 없이 책임과 책무만 있는 의료 환경에서 도무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것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그들도 처음부터 자본을 쫓아갔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소수의 의사 말고는. 좋은 사회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그로 인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감사하다,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비급여 처방을 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CT 처방, 수술건수, 외래 환자 진료 건수 등등 누가 누가 자본을 잘 만들었는지에 따라 당장 내년에 계약이 성사되고 말고를 결정하는 병원의 수익구조가 참 싫을 것 같다. 그 번 돈으로 병원도 운영하고 병원 인력의 급여를 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제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해나갔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대형병원에 몇 개월이나 기다리지 않아도 일차의료기관에 진료를 받는 세상, 의사가 부족해서 다른 직역들이 의사 업무를 대신하지 않는 세상, 병원에 오지 못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 어떠한 이유라도 차별받지 않고 의료를 제공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 과정으로 가려면 의사들의 수도 조금씩 늘어나야만 한다. 아주 미미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도 좋은 세상을 위해 의사들이 조금만 도와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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