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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Apr 12. 2024

청춘이 지나갈 때

신호등 앞에서

청춘이 지나갈 때


신호등 앞으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초록색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도 있었고 진남색 교복을 입은 아이들도 있었다. 마치 푸른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는 양 떼들 같았다. 난 신호에 걸려 차 안에서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은 사월의 벚꽃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우산으로 칼싸움을 하는 아이들, 팔짱을 낀 채 까르르 웃고 있는 아이들, 교복치마 밑으로 초록색 체육복을 입은 여자 아이들, 아마도 저 아이들은 지금 이 시간을 모를 것이다.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품어내는 싱싱한 생기가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그런 청춘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안타까운 건 어느 순간 그 시절이 가벼렸음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 수 있다는 데 있다.


거기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련함과 애틋함이 있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는 감정은 왠지 모르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청춘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꼈던 때가 몇 번 있는데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나의 부모님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매달 보내 주시는 생활비를 딱 끊었다. 어찌 보면 그때까지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준 것도 참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내 심정은 딱 그거였다.


나의 청춘 시절이 이제 끝났음을 절실히 느꼈다. 궁핍함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돈이 없을 때 느끼게 되는 망막함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것 과는 다르지만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한마디 말로 정리가 된 적이 있다. 스물두 살 연녹색이 초록으로 변해가는 청춘 시절 ᆢ난 지금도 그 시절의 그 아이와 나누었던 이야기와 시간들이 마냥 그립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거나 지금이라도 만나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와 함께 했던 기억이었다.


훌쩍 중년이 되어 버린 청춘들,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소녀들,

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잎과  

내려앉은 햇살 아래로 신호등을 건너는 아이들,  


그 사이 신호등이 바뀌었다.

뒤차의 빵 하는 경적 소리에 청춘의 기억이 휙 익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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