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면서 안 왔어
*2022년 8월 개인 블로그에서
어제 그 난리를 치면서 장소 변경 공지를 때렸는데 공연 중엔 비가 한 방울도 안왔다. 철수까지 마친 시점이라 그런가? 억울하다는 생각보단 어찌저찌 잘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루프탑이 아닌 실내에서 진행했지만 결코 식은 죽 먹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차치하고 개인적인 일만 적는다면... 오늘 오전은 이상하게 구렸다. 인쇄소에 들렸다 가려고 버스 타고 뉘역뉘역 갔는데 점심시간 시작한 지 5분... 안은 환한데 열리지 않은 문을 뒤로 하고 옆 스벅에서 꿍그리고 앉아 지류 리스팅을 적었다. 한시간 땡 하자마자 달려가서 A2 폼보드여,, 했는데 1시간 뒤에 오래서
아~~~~...
이거 리허설 전까지 도착할 수 있는거임?
승개도?
했지만. 길x짧x인생 속 빅데이터에 의하면, 늘 한 시간까지는 안 걸렸던 것 같거든. 그리고 갓쇄소 킹원분들은 무엇이든 한 시간 걸린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아..! 그래서 그냥 ,,, 그냥 앉아서 기다렸다. 매우 불안한 눈동자로... sns 글 수정과 이것저것을 하며. 사실 사무실에 들렸다가 다시 여기로 오기는 정말 너무나 삼진에바로 기각이었다. 그것만은... 그런 일만은 일어나지를 않기를 내 인생에서 그런 사건만은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 엥 그렇게까지?) 다행히 폼보드가 나오는 데까진 30분 정도 걸렸고, 생각보단 눈물을 덜 줄줄 흘리며 인쇄소를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겹 더 쌓은 빅데이터) 버스를 타려 했는데 어떤건 정류장까지 7분을 걸어야하고 다른 건 10분을 걸어야하길래 그냥 택시를 탔다. 혼란하다 혼란해! 그 와중에 택시 안에서 숨을 돌렸는데 인간들이 왜 이런저런 요인에도 택시를 타는지 실감했다. 정말 새삼스럽게 말이다.
나를,, 지치고 병든 날 건물 코앞에 데려가주세요...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면서 멋지게 미끄러졌다. 내 이 장마철을 견디며 갖게 된 확신이 하나 있다면. 보도블럭 그 가장자리는 젖으면 닿자마자 너무 미끌거려 무조건 피해야한다는 건데. 아무래도 이게 보도블럭 탓이 아닌 것 같달까. 내 신발 밑창이, 유난히 도자기 피부인 것 같달까. 그 와중에 폼보드는 살리겠다고 바둥거려서 진정 눈물은 면할 수 있었다. 폼보드까지 빠개졌다면 오~ 진짜 놀라운 하루였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 모든 과정을 "액땜^^"으로 퉁칠 수 있던 건 "멀쩡한 폼보드" 때문 아니었을까? 그 외의 것은 그냥 행인1 소품1 배경1이고 멀쩡한 폼보드만이 행운의 토템인 것이다.
낡고 지친 채 들어온 사무실엔.. 마침 점심 배달이 도착해있었고,, 그 옆에 자연스럽게 낑겨서,.. 열심히 주워먹었다. 삼첩분식 로제 떡볶이 맛있네요. 하지만 삼첩분식의 힘숨찐은 꿔바로우였답니다.
일할수록 공유가 업무의 전부임을 느낀다. 세상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간단해보이는 일도 유관자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마치 어린이집에서 고사리손으로 캐던 감자처럼... 그냥 장소변경 공지인데요? 라고 해서 sns 공지글만 슥 업로드하면 되는게 아니고. '공연' 관련된 파트에서 끝이 아니고. 일을 벌렸던 만큼 닿았던 모든 곳에 다시 한 번 닿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일을 시작할 때 소통 중인 모든 창구를 파악해두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정확히 무슨 말이 오가는 지는 알지 못해도 정신없는 현대사회, 짚어줄 사람이 여럿이면 확실하니까. (편하니까, 라고 쓰려다 그냥 확실하니까. 로 바꿔적었다. 편하진 않다 왜 다들 소통이 제일 중요하면서도 힘든 일이라고 하겠는가)
구렸지만 결코 폭우는 아니었던 날씨와 함께.. 순간순간 쫄렸지만 돌아보면 스무스했던. 주말 공연... 끝
*2022년 8월 개인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