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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지아 Jan 08. 2024

다시 수도권에서 살다

2년 간의 제주 생활을 마치고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왔다. 해윤이가 태어나고도 4달, 시간을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예비창업자 패키지 프로그램, 그리고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마쳤고 생각지도 못했던 타이틀을 얻어서 돌아왔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고요하고 괴로웠다. 또, 즐겁고 행복했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려보는 세상 더 할 나위 없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또 치열한 투쟁과 질서가, 고통스럽고 지지부진한 시간이 있었다.


2021년 마지막 직장을 그만 둔 이후로 나의 삶은 어떠했나. 돈을 벌겠다는 일념, 그 집착으로 나의 삶은 물론 아내의 삶도 희생해야 했다. 제주를 택한 것도 수도권에서 살 이유도, 그럴만한 돈도 없어서였고 그나마 힘든 시간을 제주에서 잘 버텨보자는 의미도 있었던 것 같다. 


유배아닌 유배 같은 순간들을 보내면서, 우리는 우리 둘의 삶을, 해윤이가 온 뒤로는 우리 셋의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제주를 떠난 이유는 비교적 명료하고 간단하다. 적어도 우리 해윤이 만큼은 사랑 받는 삶을 살았으면 해서, 그리고 가족들이 그 사랑을 줄 수 있어서다. 


다행히 마음이 넓은 처형이 우리에게 김포로 오라고 권유하였고 나는 생전 살아본 적 없는 수도권 서쪽으로 오게 되었다. 해윤이 덕분이 나의 마음의 지도가 넓어지는 것 같아서 기쁘고 벅차다. 그리고 또 살아본 적 없는 전용 84m2 아파트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삶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그려보고 있다. 


2023년은 퍽 괴로웠다. 원하는 만큼 돈이 벌리지 않고, 마음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았다. 청창사에 합격하여 돈과 시간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요행을 바라는 나의 마음으로 많은 것을 그르쳤다. 생전 바라지도 않던 요행을 바라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이해가 된다. 아마도 두려웠던 것이다. 아이가 생기고 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 경제적으로 풍유롭게 키우고 또 (아내와 나, 우리가 혹은 해윤이가) 원하는 걸 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으며, 그렇게 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괴롭혔던 것 같다.


꼴에 직원 셋, 매 달 수백 만원에 달하는 인건비와 4대 보험료에 대한 압박, 사업은 이처럼 쉬운게 아닌데, 내가 간과했던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와닿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실패했고 또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큰 과업을 짊어지고 간다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개인적 영달의 수단으로만 여겼기에 성공과는 거리가 먼 1년을 보냈다.


하지만, 다행히 또 배우고 학습하게 되었다. 이 사건들과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배우게 됐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큰 시련을 격었지만, 다행히 무너지지 않았으니, 또 나에게 좋은 기회가 오리라고 확신한다. 나는 늘 이렇게 버텨가면서 성장했던 사람이니까, 그동안 삶이 내게 버텨야만하는 어렵고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가기 시작함을 배웠고 이제는 사업 역시 능동적으로 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그동안 여러 생각과 스트레스, 두려움으로 하지 못했던 말들, 이제 다시 해본다. 그리고 다시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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