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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지아 Feb 29. 2024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제주를 떠난지도 벌써 2개월이 넘었습니다. 


2023년 12월 18일, 이제 갓 100일 지난 아가와 아내를 공항에서 배웅하였고 다행히 장인 어른께서 먼저 본인께서 잘 데려갈테니, 걱정 말라며 사위를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홀로 애월 유수암리 집에 집에 남아서 아내가 아끼는 화분이며 미리 해두어야 할 정리를 하였고 이 집에서 해윤이를 만나 기뻤던 마음을 떠올리며 마지막 청소에 분주했습니다.


원래는 2월 중순이 지나서야 계약이 끝나지만, 어쩐 일인지 아내는 서둘러 떠나고 싶어했고 이삿짐 센터 예약까지 일사천리로 끝내서, 손 없는 날에 이사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2월 말에 제주로 이사왔으니, 거의 2년 만에 다시 귀향 아닌 귀향을 하였습니다. 


예창패가 끝나고, 청창사가 끝나면 승승장구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인생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컨셉도, 방향도, 실질적인 기능도 불분명한 결과물을 두고서, 계속 서비스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자금도 바닥이 나고... 돈을 끌어 오던 우물도 말라 버려서 더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가뜩이나 소박하게 시작했던 우리의 꿈, 인퐁.. 결국 눈물을 머금고 직원 한 분께 작별 인사를 드렸고, 또 학업을 병행하던 우리 막내 직원은 학업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이별을 고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니 슬퍼하거나 힘들 겨를도 없었고 떠나 보낸 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부담감, 그럼에도 꼭 반드시 성공 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과제를 시작했습니다.


그간, 하지 않았던 공부... AI며 마케팅, 트래픽 공부. 그리고 플랫폼 재정비에 필요한 기획 지식 등등..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나는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하면서, 몰입합니다.


더불어 잘 살고 싶은 마음, 


우리 아가를 잘 키우고, 아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또 집중에 집중을 더해서 많은 걸을 끌어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고 계속해서 한다면, 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렸을 땐, 이걸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해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보니,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볼 수도 있지만, 희망을 기르는 마음이라는 걸 지금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자라 오면서, 내 후년이면 이제 마흔이 되는 시점에 중용을 생각합니다.


"군자는 평이한 현실에 거하며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짓을 감행하며 요행을 바란다."


내가 군자는 아니지만, 세상을 군자처럼 살고 싶은 지향이 있다면,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스펙타클에서 생겨나는 무언가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크고 강력한 건, 이 평이한 현실에서 단단하게 자라온 무엇입니다. 


휘황찬란한 대저택, 조식주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아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큰 그림, 작은 그림 다 빼놓지 않고 그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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