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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Apr 09. 2024

아빠의 육아일기 - 아버지 정답을 알려줘

송민호, 겁 

 - 아이돌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쇼미더머니4>에서 ‘겁’을 부르며,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라고 했을 때 뭐랄까, 나는 아주 낯선 공간에 갑자기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건지 같은 이야기를 단 한 번도 아버지와 나눈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고민은커녕 사소한 일상조차 공유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경상도의 사내들은 으레 그러했기 때문에 아무런 위화감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더라면 조금은 바꿔보려 했었을까. 이 노래가 나온 2015년엔 아버지와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2년 뒤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나는 여전히 여러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할 때가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할 때가 있다.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 어느덧 내 나이 역시 마흔이 넘었고, 두 살이 된 남자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그 시절의 아버지는 단단한 어른처럼 보였는데 나에게 흘렀던 세월의 무게는 그와 같진 않았던 모양이다. 나를 보고 어른이라고 하는 어린 후배들의 말에 흠칫 놀랄 때가 있다.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20년이 더 흘러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 의진과는 이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주말 아침에는 둘이 오붓한 시간을 가지며 동네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요 근래 아빠를 기피하고, 거부할 때가 많았는데, 함께 갖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엄마가 해주지 않는 걸 아빠는 해준다는 게 아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의진이 내게 말은 건네는 대부분의 이유는 무언가를 부탁하고 싶어서다. 바나나 우유를 사러 가자든지, 또도이(킥보드)를 타라 가자든지, 목마를 태워 달라든지 등. 신체가 다 성장하지 못한 몇 년간은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기꺼이 의진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주겠지. 하지만 그 후엔 어떻게 될까. 열 살이 되고 열다섯 살이 된 후의 아들은 언제 아빠를 먼저 찾을까. 아빠가 도와줄 수 있는 게 금전적인 지원 말고는 무엇이 있을까. 아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이유가 오직 용돈 때문인 순간이 찾아오는 건 언제가 될까.  

   

 - 스물두 살의 송민호는 <쇼미더머니4>에서 ‘겁’을 부르며 자신을 응원하러 공연장엔 온 아버지를 껴안는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과 걱정을 노래하며 아버지를 끌어안는 그의 표정엔 가사로 풀어내지 못한 숱한 마음들이 담겨져 있다.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았다는 후련함의 한편엔 아버지에게 자신의 짐을 나누어줬다는 미안함이 섞여 있는 것 같다. 그 얼굴엔 세상 모든 부자관계의 묘연함이 느껴진다. 한때는 가장 커다란 버팀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어느 시절엔 자신을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많은 세월이 지난 어떤 날엔 초라한 뒷모습만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언제까지 의진과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언젠가는 의진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부모에게 미안해서 일수도 있고, 자신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방황의 시간 속에서도 가족을 찾아냈던 그처럼, 의진 역시 결국은 우리를 떠올리고 마음을 나눌 것이다. 그때의 내가 정답을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언제라도 의진이 우리에게 물음을 던질 수 있도록 오랫동안 의진을 지켜볼 것이고, 또 지켜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Zepcku1e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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