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허리 통증으로 10분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은 다음 날도 마찬가지. 그런데 어느날 저녁 초등아들이 조막만한 손으로 허리를 주무르니, 거짓말처럼 허리통증이 한결 나은듯 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은 너를 낳은 일이야"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이 흘러가기 2년 전, 지금은 떠올리기 싫지만 아들과 나는 극심한 고통의 시기를 겪었다. 유명하다는 상담센터를 찾아다니며 아들의 불안함을 다스리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 하기도 했었다.
당시 불안함이 극에 달했던 아들은 할머니나 아빠의 눈빛도 잔뜩 경계하며 한 테이블에서 눈을 보며 밥을 먹지 못할 만큼 불안함이 심했었다.
그렇게 부모와 점점 멀어지는 아이를 보며 미로 같은 길을 돌고 돌아 마지막에 도착한 종착지.
나는 그때서야 아이의 마음을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진심으로 미안해 .."
2년 전, 남편은 창업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외로운 독박육아로 매일 쌓여가는 불만에 지쳤던 우리 부부는 거의 매일을 다투었다.
어떤 날은 서로 얼굴도 보지 않은 채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기도. 갈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예민 아빠, 예민 엄마의 모습만 아이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남들보다 예민하게 태어난 아들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이 부부의 전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불안함이 더욱 커졌고. 한편으론 반항심으로 바뀔 무렵 내가 아이를 호되게 혼낸 것이 촉매제가 되어 스스로를 제어하기 힘들만큼 멘탈이 흔들렸던 것이다 .
그때의 시간을 떠올리면 부모로서 아이를 먼저 품어주지 못했던 미숙한 태도에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진다.
"내 삶은
내가 만드는 창조작품이다
매일 조금씩 정으로 쳐 깎아나가는
손에 굳은살이 가득한 장인이 바로 나인 것이다
어떤 날은 조각이 원하지 않게 깎이어
실망하거나 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위가 얼마나 멋진 작품이 될지는
결국 바위의 장인에게 달려있다
삶이라는 조각품은 귀한 것이다"
ㅡ<마음이 흐르는 대로> 지나영 교수의 에세이 글에서-
그렇다. 아이는 바위 장인이 삶을 조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다. 그렇기에 아이 앞에 서 있는 부모는 평소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아이에게 잘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이다.
때론 굳은 살이 베어도. 때론 지금의 작품이 마음에 쏙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더 멋지게 삶을 조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 길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걱정하지마,
이 레몬으로 이제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