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때는 누우면 우는 센서가 등에 달린건지. 독박육아로 매일밤 혼자서아기를 안고 재우기를 반복하다 결국 내 골반이비틀어졌다. 유아기 땐 심리적 긴장감으로만성 변비에걸린 아이가갑자기 배가 아프다고울면 밤이든 낮이든 땀을 뻘뻘 흘리며 배마사지를 하고 화장실 뒷처리를 도왔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밖에서 볼일을 보지 않는 아이를 위해 나는 요양사엄마가 되어야 했다
아이가고학년에 접어들 무렵, 이제껏 예민하기만 했던 청각. 촉각. 미각도 조금씩무뎌지는지 나에게도 그럭저럭 안온한 날이주어졌고나도 여느 엄마들처럼 보통의 날들이 시작될거란착각이 들 때쯤,정신차리라고빨간레드카드를보이며아이는 다시 신경질적인울음을 터뜨렸다.
이번엔 새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스타일이 맘에 안든다는 이유였다. 집에 들어온 아이는 거실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서럽게울었고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보통 예민한 아이들은 불만이 있어도 사회에서 만나는 낯선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않는다. 대신 집에 있는 가족에게 그것도 만만한 엄마에게 모든 불만을 쏟아낼 뿐이다.
예전엔 아이가 불만을 내뿜으며무척예민하게 반응할땐 나도같이 예민해졌다. 그래서아이와거의 동시에 날을 세우며 누구의 날이 더 날카로운지 비교하듯 감정소비를 했다
하지만 매일 독박육아로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크다보니 나도 나름대로 살 방법을 찾았는데. 아이가 한창신경질을 낼 때는 조용히 공감하거나잠시 기다려주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고급스킬을 터득한 것이다.
맹수를 만나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번에도 조용히 아이의 신경질적인 말과 폭풍눈물이 그치기만 기다리던 중.. 문득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내일부터는 거울을 볼 때마다폭풍신경질을 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
나는 조용히 창고에넣어둔 머리손질용 숱가위와 라운드가위를 꺼내들었다.
이제는 엄마에서 미용사로 변신할 시간.
한번씩 우리집 냥이 털을 정리하는 능숙한 솜씨로 아이의 앞머리를 숱가위로 정리하는 동시에 헤어스타일을 살짝 바꿔보았다
미용사로 변신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진상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짧은 순간에 파악해내는 것이다.
오늘 진상고객의 간절한 니즈는 바로 앞머리였으니..
20여분 후 아이는 거울을 슬쩍 확인하더니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아무일도 없었던 듯집에 있는 간식을 꺼내 먹고 본래의 감정상태를 회복했다. 다행이다. .
이렇게 아이가 다시 평온을 찾으면 나는 이제 미용사에서 상담가 엄마로 변신할 차례인 것이다
"아무리 화가난다 해도 그 일과 상관없는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신경질을 내거나 나쁜 말을 쏟아내며공격해서는 안돼. 화가 나면 화를 낼 순 있어. 하지만 엄마가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고 해서 아무 상관없는 너에게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분풀이하면 안되는 거잖아. 마찬가지야 너도 그래선 안된다는 거야."
아이는 엄마의 말을 조용히 수긍했다. 이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테지만 상담자의 역할은 아이의 격한 감정들을 한번 더 언어로 정리해주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이 어른이 된 것처럼 굴지만 한편으론 끊임없이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불안감 때문에
부모의 감정을 툭툭 건드리면서 인내심을 시험한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해' 아이는 부모에게서 이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ㅡ<부모와 아이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중에서
아이는 이렇게 매일 성장하는 중이다. 아직은 자신의감정을 파악하고조절하는 시간이 더필요하지만.부모가 아이의 감정들을 한번 더 언어로 짚어주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조절하는 성숙한 어른이 되지 않을까.
요즘 세상엔 어른이 되어서도 부정적인 자신의감정을 잘조절하지 못해타인에게, 소중한 가족에게까지피해를 안겨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부정적인 감정의 종착지는 결국타인에서 자신을 향할 것이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부정의 감정들을 파악하고잘 다스리는 일이중요하다고 생각한딘 .
나는 오늘도 미용사에서 상담가로, 다시 또요리사 엄마가되었다. 아니다. 이제 숙제를 봐 줄 시간이니 선생님 엄마가될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