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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은 휴화산으로 남을 수 없는가

엄마의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는 건

by 원스


늦은 저녁시간. 이 시간이 되면 아들은 내일 학교에 가져갈 숙제를 마무리 한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이렇게 평화로운 상상을 하며 아이의 숙제를 봐 주고 글을 쓰려는데 ... 갑자기 아이가 학교에서 사회 시험을 쳤다며 "55점" 이라는 빨간 숫자가 적힌 시험지를 들고왔다.


집에서 매일 두장씩 문제집을 풀면서 부족한 과목은 스스로 복습하라 했건만. 아이는 해야할 일보다 그저 놀기를 더 좋아한다. 55점이라는 점수는 반에도 못 미치는 점수가 분명하지만. 하지만 오늘 나는 점수때문에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


태도가 문제였다. 집에 와서도 틀린 시험지를 고치기 보다 만화책을 읽으며 천하태평으로 빈둥빈둥~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라니.. 게으른 소가 인간의 모습을 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시간은 8시에서 9시를 향하고..

늦은 밤이 되자 나의 평온한 휴화산도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 유치원 때의 총명하고 똑 부러지던 습관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밤이 늦도록 아들은 내일 학교에 가져갈 시험지를 수정하지 않았다. 11시가 되어서야 쭈뼛쭈뼛 방으로 오더니... 갑자기 내일 학원에 들고 갈 숙제를 챙겨왔다!


"학교는 안가냐!!!!!



그런 이유로. 오늘도 나의 활화산이 실행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부터 감기기운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아이까지 해야할 일을 저렇게 스스로 챙기지 못하니. 갑자기 심장이 두근대면서, 머리쪽의 혈압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승하는 소리가 들렸다.


양 눈썹 사이에 잘 누워있던 세로 주름이 기지개를 켜며 마침내 날카로운 고함소리와 함께 나의 활화산은 하늘을 뚫을 기세로 폭발했다.



" 못하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엄마가 아까전부터 사회 시험지 얼른 수정하라고 했잖아!! 그러니깐 아직도 스스로 공부를 못하는 거야. 급한 일은 순서를 정하고, 시간이 없을 땐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지! 지금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실컷 만화책이나 보면서 놀더니. 뭐하자는 거야 ! "



그러자 아이는 인상을 쓰며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도 지금 읽고 있었잖아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했는데. 됐어요.! 엄마때문에 내 기분도 갑자기 나빠졌으니 이제 그냥 아무것도 안할래요. 그리고 담부턴 학교에서 시험쳐도 몇 점을 받았는지 엄마에겐 절대로 말 안 할 거예요!!"




"인간은 위험한 상황에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동물적인 생체반응을 보인다

곰에게 쫓기든. 직장에서 해고되든.
파티에서 춤을 추자는 요청을 받든
빗자루에 쫓기는 쥐의 반응과 유사한 반응을 한다.

심박수와 혈압의 증가, 가파른 호흡
동공확장, 소화불량 등..

긴급상황에 대응하고자
신체를 준비하라는 편도체의 지시는 크게
투쟁, 도주, 얼어붙기 3가지 대응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편도체를 중심으로 생기는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 될 때는
편도체가 뇌 기능의 모든 단계를 지배할 뿐
고차원의 사유과정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


오직 , 감정만으로 의식을 제압하는 것이다"

ㅡ캐서린 피트먼 <불안할 땐 뇌과학> 책에서ㅡ


오늘도 이렇게 휴화산은 아무런 소득없이 활화산인 채로 자리에 남았다. 다시 활화산에서 휴화산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때 필요한 건 당연히 아이스 커피이다. 예전엔 조용히 혼자만의 힐링을 위해 커피를 마셨지만 이제는 활화산을 겨우 멈추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엄마들은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할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살짝 감기기운이 있어도.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라면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커피)를 사랑할 수밖에 . 언젠가는 따뜻한 커피향을 제대로 즐길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하며...



"여기요 .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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