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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원 Nov 02. 2022

본질에 따라 흔들림이 달라진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땀을 흘리려고 하는 거니까."

박웅현- <여덟 단어>


오늘 소개해드릴 문장은 여덟 단어라는 책에서 나오는 아내 분의 질문에 대한 박웅현 작가의 짧고 직관적인 대답입니다. 문장이 아름다워서 가져왔다기보다는 이 에피소드를 읽은 순간 머리를 탁하고 치는 무언가가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위 대답이 나오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문장은 무언가를 하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거나 어떤 행동의 본질을 잊어버린 분들에게는 보물 같은 문장이 될 것 같습니다. 


박웅현 작가는 수영을 15년 동안 해왔다고 합니다. 상당히 긴 기간 동안 꾸준히 매일 아침마다 레일을 30바퀴씩 돈다고 해요. 그런데 처음 시작할 땐 수영이 느는 속도가 남들보다 너무 느렸다고 합니다. 남들은 한 달만에 25미터 정도는 거뜬히 가는데 박웅현 작가는 25미터를 가는데 석 달이 걸렸습니다. 함께 수영을 시작한 사람들이 상급반에 가도 혼자 나머지 반에 남아있게 된 거예요.


이런 모습을 보고 아내 분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부끄럽거나 견디기 힘들지는 않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때 위의 대답이 나온 것입니다.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땀을 흘리려고 하는 거니까."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가 기준이었다면 나머지 반이라는 게 꽤나 수치스럽고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박웅현 작가는 수영 즉, 운동의 본질을 땀 흘리기 위해 건강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남들보다 느리게 가는 것쯤은 흔들림이 되지 않았던 거죠.


사실 저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가 다 지워버리기를 반복한 적이 있습니다. 글쓰기의 목표가 좋아요 개수나 팔로우에 있었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으면, 좋아요 수가 많지 않으면 무용한 글이다라는 생각에 반응에만 집착해서 글을 몇십 개 정도 올리다가 나가떨어지곤 했어요. 좋아요가 많이 찍히고 방문자가 많은 날에는 글을 신나서 쓰고 싶다가 반응이 없으면 며칠 동안 글을 안 쓰곤 했죠.  


물론 좋은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반응도 많은 게 당연합니다. 그것들이 좋은 글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오래 쓰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위 문장에 줄을 치며 과연 내가 글을 쓰는 본질은 무엇인가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글을 쓰는 순간이 좋아서이고 근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듯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꾸준히 훈련하기 위해서예요. 글을 쓰며 남들보다 좀 더 섬세히 세상을 바라보고 관찰하기 위해서고요. 잘해야 하는 순간을 위해 힘을 기르는 것이지 매일매일 잘해야 할 필요는 없던 것입니다. 


매일을 전력으로 질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장거리 달리기니까요. 매일을 전력을 다하면 방전된 배터리처럼 다시 충전되는데 오히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글쓰기를 오래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게 된 저처럼요. 차라리 매일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무엇이든 썼다라면 지금 더욱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좋지만 '잘'이 너무 앞서면 지치기 쉽습니다. 잘하기 위해선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데 잘하려는 마음이 지속성을 방해하는 것이지요. 혹 그동안 잘하려는 마음에 달리다 지치기를 반복했다면 한 번 힘을 빼고 박웅현 작가가 수영을 대하듯이 잘하고 싶은 일을 마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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