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살자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지만, 그들의 삶의 원칙을 따라간 적은 많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끌고 다니는 것이 많았으면 많았지. 최소한 인제야 뭔가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나게 되었을 때, 나의 휴대폰을 제대로 보안 설정을 해뒀으면, 다행이라는 것이고, 새로운 글들을 찍어간다는 무서움에 가득 차 있을 무렵 그 모든 것들을 일순간에 없애 버린 것은 약이었다. 양약은 나를 온전히 서서히 뇌를 지배해 갔다. 뇌가 그렇게 된 까닭은 내가 미쳤기 때문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연기자라고 부르며, 자기 자신을 억누르지 못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조현병 환자 그 자체였다. 그 머리를 제대로 써먹기 시작할 때는 오롯이 글을 쓸 때밖에 없었다. 그 외의 시간 그러니까. 강의를 듣는다거나 휴대폰을 볼 때만큼은 마치 정상인인 양 해동하려는 듯했지만, 그 모양새가 너무 우스워 다른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과 불안에 떨며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나를 "급성 조현병" 환자라고 불렀다. 나는 그 1달 남짓한 기간 동안 해킹이라던가 그런 것에서 떨어져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올 때 즈음해서는 많은 컴퓨터라던가 휴대폰에 대한 집착을 내버릴 수 있었다. 그 기간 나는 책을 읽거나 소일거리에 빠져 있거나 탈출을 위한 시도 등을 했는데, 가장 마지막 부분인 탈출에 대한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그에 따른 처벌로 1시간 30분 동안 나의 팔에 대한 속박이 이뤄졌다. 양약은 내게 엄청난 힘이 되어주었다. 우선 아무런 생각도 안 하게 되었다. 그 불안 증세를 완화해 주었다. 그 안에서 나는 물을 엄청나게 마셨는데, 그 화장실은 오줌에서 비롯한 여러 침전물로 엉망이었다. 아무래도 모두 약을 먹는 환우이다 보니 오줌의 침전물이 더 자주 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들이 내 가족과 컴퓨터 휴대폰 등을 해킹하러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그 안에서는 그래도 조금은 낮게 만들어줬다. 나오고 나니 이제는 괜찮아졌지만 말이다. 나는 그 해킹범의 얼굴을 보고야 말았었다. 그 직면했을 때, 그 도망가는 사람을 잡아냈어야 하는 것인데, 이제는 더 이상 처벌 같은 것을 원하진 않는다. 그저 면 대 면으로 앉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묻고 싶다. 그냥 학교에서 배우는 해킹 지식을 써보고 싶었던 게 전부였을까. 지금 와선 그 동기도 궁금하나. 별로 그런데 신경 쓰는 것보다도 본인의 삶을 챙기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 와중에 나와서 알게 된 느림에는 도어락이 살짝 늦는다는 것 이외에도 다른 걸 할 때 뇌에서 한번 트릭을 거치고 지나간다. 그 느리더라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니. 그 이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버들의 영상을 곡 실시간으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 아니한가. 하며, 영상 소비자로서의 태도를 한층 더 완화했다. 글을 쓰는 것도 느긋하게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는 생산자 중에서도 수요자 중에서도 조금 늦게 나와도 상관없는 그런 느림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