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되면 난리 나겠네
중3 딸내미의 중간고사 날이다.
한 달 전부터 수행을 번갈아가며 내신공부에 집중했던 터라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랐지만 나는 쿨한 엄마다 주문을 외우며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입 짧은 딸내미가 체력 떨어질까 봐 일주일 전부터 매일 마트에 들러 신선한 고기반찬을 빼놓지 않고 해먹이고 동네를 뒤져 기억력에 효과 있다는 메모큐를 사다가 바쳤다.
이때만큼은 보고 싶은 드라마도 꾹 참고 매직아이 될 때까지 독서하는 고상한 엄마가 되었다.
이게 수험생 엄마의 심정인 건가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더랬다.
남들 보며 “왜 저렇게까지 애를 모시는 거야? “욕하던 내가 떠오른다.
낯설지 않은 저 지랄들... “내가 만만이지? “ 소리가 절로 나오는 짜증들…
너 같은 딸 키워보라던 엄마의 저주가 이루어 지기라도 한 듯 한치도 틀리지 않는 예전의 내 모습들에 소름 끼쳤다.
그래도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간호하며 부단히도 노력하던 효녀였으니 되었다고 나 혼자 합리화해 본다.
첫날은 국어 1개 수학 1개를 아쉽게 틀렸지만 괜찮다는 쿨한 딸을 보며 아쉽기도 하고 멘탈이 안나 가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둘째 날 영어 100 과학 100 맞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예상보다 빨리 온 딸은 입대 빨나 와서 이불속에서 나오질 않았다.
국어 수학 틀린 게 아까워 죽겠다며 곱씹고 있는 딸을 보니
그러게 더 집중 좀 하지 실수 좀 하지 말지 목구멍에서 대롱대롱 매달린 말들을 꿀꺽 삼키고
기말에 잘 보면 되지 네가 노력한 거 엄마가 아니까 속상해하지 말라며 한없이 너그러운 엄마 코스프레를 해줬다.
이럴 때마다 난 배우가 됐어야 하나 잠시 고민해 본다.
인생은 연극인 건가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나?
끝없는 굴레처럼 첫째 끝나면 둘째가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은 모아둔 넷플릭스 드라마를 종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