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문과인 내가 간호사라니 그런데 신경과 간호사라니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란
하고 싶은 게 많은 열정만 넘치는 고등학생이었다.
정말 어느 날 갑자기 3개월 만에 유학을 결정해
18살 때 캐나다로 오게 되었다.
캐나다에 적응도 하기 전,
시차적응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쯤
외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과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갑자기 듣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캐나다에 적응도 다 하지 못 했는데,
마음 쓸까 봐 그동안 말도 안 하셨고,
그래도 언니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한다는
사촌동생을 통해 등굣길에 갑자기 듣게 되었다.
급하게 그날 바로 비행기표를 사서,
돌고 돌아 장장 34시간에 걸쳐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좀 더 기다리면 더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걸 그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봉사 활동도 하시고,
할머니와 여러 활동을 즐기실 만큼
정정하셨던 분이라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위독해진 할아버지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누군가 한 명은 의료계에서 일해서,
소통의 다리가 되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고 힘들 때,
그 상황을 알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간호사를 꿈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러 방면을 고민하였다.
당시의 난 캐나다 적응도 잘하지 못 했고,
심리적으로 너무나 불안했기에 4년 제보단
2년제를 가는 게 더 안전하다 생각했다.
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간호사라는 직업이
과연 내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4년이란 시간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컬리지 간호학과에 가게 되었고,
그렇게 Register practical nurse가 되었다.
면허를 따고 취업을 알아보던 중 5
0개가 넘는 포지션에 지원을 했는데,
그중 연락이 온 곳이 한 곳밖에 없었다.
혈관외과 아님 신경과 자리가 비었다고 했고,
신경과가 new grad 에겐 더 맞을 거란 말에
신경과 면접을 그다음 날 새벽에 보게 되었고,
2차 면접도 그날 저녁에 보게 되어
물 흐르듯이 그다음 날 합격 통지를 받아
신경과 간호사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우당탕탕 초보 신경과 간호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