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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꼽슬이 Jun 12. 2024

덴마크에서 먹기 어려운 한국 음식

강냉이 좋아하시나요?

이제 정말 한국을 떠나 덴마크에서 일 년 살이를 시작하게 될 날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외국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가장 향수병을 일으키는 것이 부모님,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과 먹고 싶은 자국 음식을 못 먹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남은 한 달간 덴마크에서 먹기 힘든 한국 음식 위주로 많이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딸과 대화를 나누었다. 

"거기 가면 어떤 음식을 먹기 어려울까?"

"회, 순대, 도토리묵.  도토리는 외국에서는 다람쥐 먹이라 사람이 먹는 것이라고 생각을 안 한대!"

딸의 대답이다. 그럴듯한데! 


그럼 주말에 이모네랑 밥 먹을 때 횟집을 가고, 6월 안에 분식집 순대랑 순댓국도 한 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토리묵은 말린 도토리묵이나 도토리 가루를 가지고 가서 만들어 먹는 걸로~


그리고 외국에서 정말 먹기 힘든 음식, 바로 청국장. 이건 냄새 때문에 어디서도 먹기 어려울 것 같다. 멀지 않은 곳에 '자선농원'이라고 청국장 맛집이 있는데 그곳도 가기 전에 한 번은 들려봐야겠다.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아귀찜, 전복 뚝배기, 물냉면도 재료나 식당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족발도 없을 것 같은데 근처 독일에 슈바인학센이라고 비슷한 음식은 있으니 아쉬우면 그걸로 대신할 수는 있을 듯. 


비빔면 소스와 불닭볶음면 소스는 챙겨가서 파스타면으로 해 먹어도 비슷한 맛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으니 챙겨가야겠다. 아이가 다닐 학교는 점심이 제공되지 않아 매일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주먹밥 쌀 때 필요한 후리가케와 김밥 재료인 김도 가져가야 할 목록에 적어두어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최애 간식. 그것은 바로 강냉이다. 하고 많은 과자와 과일과 디저트를 제치고 나의 사랑 강냉이는 무념무상으로 무한정 집어 먹을 수 있는 뻥튀기 과자 중 한 종류인데 다이어트한다고 한참 동안 먹지 않았다. 


대학 시절, 학교 앞 가성비 좋은 생맥주 집의 기본안주로 나오기도 했던 그 강냉이 말이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오천 원짜리 거대한 강냉이를 동네 야채가게에서 한 봉지씩 사다가 몇 날 며칠을 먹었다. 덴마크 가면 분명 절대 먹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이 간식을 먹는 나의 죄책감을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야채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봉지 사 와서 열심히 씹어 먹으며 이 글을 적는 중이다. 오천 원의 행복. 오천 원이면 적어도 3일 이상은 행복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팝콘으로도 삶은 옥수수로도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이 맛!! 나만 이런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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