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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꼽슬이 Jun 26. 2024

꽤 괜찮은 취미생활

알토 리코더 한번 불어 보실래요?

처음에는 딸을 위해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는 피아노보다 리코더 잘 부는 아이가 더 낫다는 초등 교사 친구의 말을 듣고 피아노 치기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잘 늘지도 않는 딸에게 무언가 악기 하나 정도는 연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었다.


마침, 직장 건물 1층에 생긴 문화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매주 토요일 모여서 연습을 하는 리코더 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성에서 두 달 살이를 하던 2023년 1월, 2월에 그 소식을 듣고 할까 말까 망설이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작년 4월 즈음부터 딸과 함께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한민국의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불지 않고는 졸업할 수 없는 소프라노 리코더로 시작하였다.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나도 이 나라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했으니 당연히 소프라노 리코더는 불 줄 알았다. 아이도 학교에서 리코더를 하니 처음엔 즐겁게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보급된 리코더는 저먼식이라고, 운지를 쉽게 하도록 개량한 것이어서 음들이 실제 음과 약간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에서는 음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바로크식 리코더를 사용한다.


초급용 소프라노 리코더 교본은 금세 마쳤다.

중급으로 넘어가나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알토 리코더를 권하셨다. 짐작하겠지만, 알토가 있다는 것은 테너도 있고, 베이스도 있다는 것이다. 리코더의 사이즈는 점점 커지는데, 베이스 리코더는 상상을 초월하게 길고 굵었다. 소리 또한 저음이 굉장히 깊고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 뭐랄까, 내가 리코더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알토 리코더는 소프라노와 운지법이 아예 달라서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느낌이었다. 소프라노에 비해 약간 낮으면서 굵은 소리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악기가 길어지니 구멍의 간격도 넓어져서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 손가락이 구멍을 다 가릴 수 있을 것 같다. 딸은 초4인데도 손이 작은 편이라 소프라노 리코더의 낮은 도 음을 내기도 좀 어려워해서 알토리코더는 아직 언감생심이었다. 그래서 딸은 소프라노, 나는 알토를 주로 하게 되었다.


내가 들어간 동아리의 지도 선생님은 독일 음대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전공하신 분으로 부전공이  리코더였다고 하셨다. 유럽에서는 리코더를 목관악기로 연주하며, 대중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로 쳐주기에 전공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때 누구나 접하지만, 클래식 악기로 생각하지 않는 악기이기에 전공이 개설된 대학이 거의 없고, 전공자를 찾기도 매우 어렵다. 한 때 한예종에 잠시 개설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여하튼 이번 주 금요일, 문화협동조합 이음뜰에서 주최하는 제2회 아마추어 음악회에 우리 동아리가 연주를 앞두고 있는데 나는  '고향의 봄' 변주곡에서는 알토를, '군대행진곡'에서는 소프라노 2를 맡았다. 작년 1회 음악회에서 연주 때 실수를 많이 해서 이번에는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그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많이 연습해서 이번에는 다른 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잘 연주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남들 앞에서 연주를 하는 경험과 리코더 연주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음을 딸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엄마는, 그렇게 알토 리코더 연주라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악기가 크지 않아 덴마크에 들고 가서, 그곳에서도 음악을 즐기는 일상을 꿈꿔본다. (딸은, 아무래도 자긴 악기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국악에 전념하기로 했다^^;;  물론 취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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