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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꼽슬이
Dec 03. 2024
국제학교, 보내기만 하면 끝이 아니었다.
지긋지긋한 영어
이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모두 학교에서 나누어준다.
그런데 새 책은 아니다.
책 표지를 포장해서 깨끗이 쓰고 학년 말에 반납을 하면 다음 해에 진급한 아이들에게 재교부하는 방식이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이 워낙 깨끗이 써서 헌 책 티가 별로 나지는 않았다.
아이가 책 포장을 위해 교과서를 들고 온 날,
나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깜짝 놀랐다.
영어 교과서 수준이 ESL (English for second language)이 아닌 모국어 5~6학년이 볼 수준 정도로 보였던 것이다.
글씨도 작고, 줄 간격도 좁고, 내용도 어려워 보였다.
아이에게 슬쩍 물어보니,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수업을 어디 했는지도 모르는 낌새...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나의 교육관은
'아이가 수업이나 공부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하지 않게만 하자'였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선생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학교 가는 게 얼마나 괴롭겠는가.
그래서 선행은 애도 나도 관심 없고, 그냥 즐겁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정도로
현행을 잘 따라가게 하자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였다.
그런데... 두둥.
외국에 와서, 그것만은 피하자는 현실을 맞닥뜨린 것이다.
무슨 말하는지 전혀 파악 안 되는 수업시간, 딴짓하는 아이.
숙제를 내줘도 뭔지 모르고 집에 오는 아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자책으로 다시 영어 교육, 엄마표 영어책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영어책을 찾기 위해 인프라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이 도서관에 가면 영어그림책과 챕터북과 소설이 넘쳐나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덴마크 도서관은 거의 대부분의 책이 모두 자국어로 되어 있다.
홈페이지에서 뒤져보니 조금 있기는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올보르 중앙도서관에 와서 어린이 코너를 두리번거렸으나
덴마크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의 눈에 띄는 곳에는 모두 덴마크어책뿐이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고, 다음에 가서 예약도서 선반을 안내받아
내가 예약한 영어 그림책들을 빌려서 돌아왔다.
My wierd school by Dan Gutman 시리즈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I can read 시리즈의 리더스북으로 2권이 level 2에 있어서 빌려다 주었더니
아이가 즐겁게 잘 읽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시리즈가
길게
있었는데 아쉽게도 도서관에는 없었다.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저렴한 서점은 영국에 있는데 배송료가 꽤나 비싸서
일 년간 함께 읽을 책을 사보자 싶어
이 책 저 책 고르다 보니 해외배송료 포함해서
20만 원이 넘어갔다.
그래도 한국에서 학원 보냈으면 한 달 수강료도 안된다 생각하고 질러버렸다.
그런데, 이런... 배송되어 온 책은 리더스북이 아니라 챕터북이었다.
그림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딸에게, 그나마 표지라도 매력적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흑백 그림이, 그것도 아주 가끔만 나오는 챕터북은 아직 넘사벽이었는데...
물론 나이나 학년으로 생각하면 벌써 읽고도 남았어야 했겠지만,
그랬다면 내가 이런 고민도 안 했겠지만.
남의 자식이 기준이 아니다.
내 자식이 기준이고, 그 아이의 수준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래도 내가 주문한 책들 중 다른 책들보다는 아이가 내용을 즐거워했고,
조금씩 읽는다는 전제하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 일단 잠자리 독서로
몇 페이지씩 내가 읽어주는 것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영어책을 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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