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作 - <자기만의 방>
트리벨리언 교수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에게 개성이나 성격이 결핍된 듯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때, 그의 말은 진실입니다. ...(중략)... 여성이 남성들이 쓴 픽션에서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녀를 최고로 중요한 인물이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매우 다양하며, 영웅적이거나 비열하고, 빛나거나 천박하며, 무한히 아름답거나 극단적으로 가증스럽고, 남성만큼 위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 생각엔 남성보다 더욱 위대한 인물이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픽션에 나타난 여성입니다. 실제로는 트리벨리언 교수가 지적하듯이 방에 갇혀 구타당하고 내동댕이쳐졌던 것입니다. (74p)
상상에 있어서 여성은 더없이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전적으로 하찮은 존재입니다. 픽션에서 그녀는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손가락에 강제로 반지를 끼워준 어느 부모의 아들에 딸린 노예였습니다. 문학에서는 영감이 풍부한 말들, 심오한 생각들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녀는 거의 읽을 줄 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며 남편의 재산에 불과했습니다. (75p)
즉 어떤 여성이 셰익스피어 시대에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버금가는 작품을 쓴다는 것은 완전히 그리고 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셰익스피어 자신은 문법 학교에 다녔음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의 어머니가 유산 상속인이었으니까요. 그곳에서 그는 라틴어와 문법 원칙, 논리학을 배웠을 겁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토끼를 밀렵하고 사슴을 사냥한 거친 소년이었습니다. ...(중략)... 그는 출세의 길을 찾아 런던으로 갔지요. 그는 연극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무대 출입구에서 말을 돌보는 시종으로 연극 생활을 시작했지요. 곧 그는 극장에서 일거리를 얻게 되었고 성공적인 배우가 되었으며 우주의 중심에서 살았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나고 모든 사람을 알게 되었으며 배우로서의 기술을 익히고 길거리에서 재치를 발휘하고 심지어 여왕의 궁전에 접근하기도 했지요. (80p)
그녀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지요. 그녀에게는 호라티우스와 베르길리우스를 읽을 기회는커녕 문법과 논리학을 접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녀는 때때로 책을, 아마도 오빠의 책이었겠지만, 집어 들고 몇 쪽을 읽었지요. 그러면 그녀의 부모님이 들어와서 양말을 꿰매거나 국을 끓이는 데 신경을 쓰라고, 책이나 논문 따위를 붙들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호되게 나무랐지만 그것은 선의에서 나온 꾸지람이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여자들의 삶의 조건이 어떠한지를 알고 있는 현실적인 사람들이었으며, 딸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80p)
그녀는 십 대를 벗어나기도 전에 이웃에 사는 양털 중개상의 아들과 약혼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그 결혼이 혐오스럽다고 소리쳤지요. 그 때문에 그녀는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딸을 더 이상 꾸짖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자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라고, 결혼 문제로 더 이상 망신시키지 말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의 강렬한 재능이 그녀를 몰아세웠습니다. 그녀는 조그마한 짐을 꾸려 여느 여름날 밤 밧줄을 타고 내려와 런던으로 가는 길에 섰습니다. 그녀는 열일곱 살도 채 되지 않았지요. (81p)
그녀는 오빠와 똑같은 재능 즉 단어의 음조에 대한 예리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지요. 셰익스피어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연극에 소질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무대 출입구에 서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남자들은 그녀의 면전에서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연기를 하는 것은 푸들이 춤추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내뱉고는 어떤 여자도 배우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지요. 그녀의 재능은 훈련을 받을 수 없었지요. 그녀가 선술집에서 저녁을 먹거나 한밤중에 길거리를 배회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픽션을 추구했고, 남자들, 여자들의 삶과 그들의 생활 방식을 풍부하게 보고 관찰하기를 갈망했습니다. 마침내 배우 감독인 닉 그린이 그녀를 동정했습니다. 그녀는 그 신사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어느 겨울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지금은 버스 정류장 근처 교차로 어딘가에 묻혀 있습니다. (82p)
만일 셰익스피어 시대에 한 여성이 셰익스피어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마 이렇게 전개되었을 것입니다.
우선 조용한 방이나 방음장치가 된 방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이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은 그녀의 부모가 보기 드문 부자이거나 대단한 귀족이 아니라면 19세기 초까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중략)... 세상은 남자들에게 말하듯이 "네가 원한다면 써라. 내게는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글을 쓴다고? 네가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라고 말하지요.(89p)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것은 남성의 가치입니다. 조야하게 말하자면, 축구와 스포츠는 '중요'합니다. 반면 유행의 숭배와 옷의 구입은 '하찮은' 일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은 삶에서 픽션으로 불가피하게 전달됩니다. 이것은 전쟁을 다루므로 중요한 책이라고 비평가들은 평가합니다. 이 책은 응접실에 앉은 여성의 감정을 다루고 있으므로 보잘것없습니다. 전쟁터에서의 한 장면은 상점에서의 한 장면보다 더 중요하지요. 도처에서 더욱 미묘하게 가치의 차별이 지속됩니다.(125p)
그녀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를 주자, 그녀가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지금 쓴 것의 절반을 빼버리도록 허용해 주자,
그러면 그녀는 조만간 더 나은 책을 쓸 거라고 말입니다.
나는 메리 카마이클이 쓴 <생의 모험>을 서가의 끝에 꽂으며
그녀는 시인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백 년이 지나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