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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Apr 04. 2024

5월의 신부. 그녀를 보니 미소가!

그녀는 예뻤다.

오! 나의 소중한 언니가 곧 결혼한다. 


작년부터 조심스레 전해온 그녀의 결혼 소식. 소식을 들을 당시만 해도 너무 기뻤는데, 벌써 식까지 한 달 남짓 안 남았다. 


나는 언니에게 부족한 동생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리 오래된 관계라 할지라도. 심지어, 가족이라고 해도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그저 혼자 잡생각을 하며 사는 게 나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연락을 주고받을 때보다 넋 놓고 쇼츠나, 릴스, 수많은 영상들을 보며 넘실대는 생각에 잠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그 생각들에 잠식되어 잠조차 편히 잘 수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 고민에 잠식되어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나의 숙명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미, 내겐 그 상태가 가장 익숙한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그런 나에게 항상 먼저 연락해 주는 언니. 참 고맙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보다 오랫동안 인연이 이어지고, 자주 만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연락하는 법 없는 동생에게 꾸준히 손을 내밀어 주는 언니이기에. 나도 그녀를 참 좋아한다. 


오늘도 그녀가 종이로 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해 연락을 줬기에 만남을 갖게 된 자리였다. 


좋은 소식을 전달하는 그녀를 위해 내 나름 약속 장소를 고민했다. 그녀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 장소가 어딜까? 생각을 해봤는데, 바깥의 풍경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이곳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늘은 행운이 따랐을까? 


다행히 내가 앉고 싶었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딱, 바깥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창가 자리. 

그래서, 그곳에서 그녀에게 줄 선물과 함께 기다렸다. 


식사조차 완벽했다. 


오랜만에 본 그녀의 얼굴은 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훨씬 편안해 보이고, 안정감 있어 보였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배필을 만나면, 편한 얼굴이 되나 보다. 나도, 그런 배필을 만나고 싶다."라고.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의 식사자리는 즐거웠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금 더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매장 내에 장소를 이곳저곳 옮겼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반응이 귀여웠다. 


어느 순간 메말라버린 내 감성과 달리 그녀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모든 것들을 즐겁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밝은 사람 곁에 있으니 어둡던 내 마음도 조금 밝아진 기분이었다. 최근에,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어두웠고, 내가 밝은 척 그 역할을 해야 했기에, 그녀를 보며, 내 마음의 먹구름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고마웠다. 


여자끼리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그녀가 헤어지기 전에 선물이 고맙고, 최근 힘들었을 내가 잘 지내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인다며 그녀가 버스 터미널 근처 꽃집에서 꽃을 선물해 줬다. 


여자에게 꽃 선물은 처음이라... 훨씬 더 설렜다. 


어쩌면, 꽃 선물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기뻤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마음이 밝아지길 바라며, 선물해 준 그녀의 마음 덕분에 더 기쁘게 꽃다발을 받았는지도. 


인연이란 것이 참 신기하다. 그리고, 가끔 그녀와 같은 인연을 만나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에 서툴고, 내 내면이 버거워 정신없는 나에게 이렇게 매번 손 내밀어주는 인연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로 인해 이렇게 마음이 기뻐질 수 있다는 것도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부족하고, 표현을 잘 못하는 나에게 항상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그녀가 참 고맙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가 늘 행복하고, 그녀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랄 것이다. 그녀에게도 내가 참 좋은 인연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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