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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Apr 08. 2024

6개월의 고민을 1분 만에...

Ray & Monica's [en route]_140


구두수선공, 마르틴 마론_1          


2014년과 2015년, 프랑스의 생활용품 브랜드 렉슨(LEXON)의 창업자인 르네 아다(Rene ADDA) 씨가 모티프원에 들린 적이 있다. 렉슨과 오랫동안 우정을 이어오던 한국의 렉슨공식수입처인 아라온의 안재영 대표께서 환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특별한 등가방을 선물해 주었다.   

  

렉슨 땅콩 백팩(Lexon Peanut Backpack)이라는 이 휴대용 백팩은 뭉치면 한 줌의 소형에 무게도 240g밖에 되지 않지만 펼치면 18.7L의 넉넉한 크기였다. 


나는 이 가방을 당시 등산에 한참 빠져있던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는 등산과 자전거를 탈 때뿐만 아니라 상시 휴대하면서 시장용 가방으로 활용했다. 이번 세계여행에도 휴대해서 물병이나 간식을 넣어 다니는 보조배낭으로 잘 사용해왔다. 10여 년 동안 잘 버텨주었던 이 배낭이 6개월 전부터 지퍼의 이빨이 열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양쪽에 슬라이더가 있었기 때문에 반대쪽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달에는 이 슬라이더 조차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닫을 수 없는 백팩은 마침내 무용지물이 되었다.     


10년 가까이 정이 든 가방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작고 편리한 대체품을 찾을 수 없어서 지퍼를 고쳐 쓸 생각을 했다. 새로운 지퍼를 사서 교체하는 생각으로 지퍼를 찾았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구하더라도 지퍼를 뜯어내고 다시 박음질한 부분이 잘 버텨줄까가 의문이기는 했지만 1달 이상 수리점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이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의 어느 동네에서도 가능하다고 답하는 가게를 찾지 못했다. 가방과 작별해야겠다고 생각한 때에 방문한 시장(Mercado Municipal General Agustín Olachea Aviles)의 한 모퉁이에서 헤진 어린이 책가방을 꿰매고 있는 구두 수선공을 발견했다. 그에게 사정을 말하자 수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지퍼 자체를 바꾸는 방법 대신 헐거워진 슬라이더를 집게(Combination Plier)로 살짝 눌러서 다시 죄어주는 방식으로 양쪽 지퍼 기능을 살려주었다. 우리가 5개월 이상 고민했던 문제를 그는 단 1분 만에 해결해 주었다.      


어떤 사람에게 풀리지 않는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 아내와 나에게 그 '누군가'는 58세의 마르틴 마론Martin Marron씨 였다. 내가 가강 존경하는 직업인은 농부였다. 이제 구두수선공을 농부만큼 사랑하게 되었다.     


●LEXON의 CEO 르네 아다와 스페인 몽상가 디자이너 유제니 퀴틀렛

https://blog.naver.com/motif_1/220310135297 

●물방울의 영롱한 단순함에 마음이 홀리다, SIMPLICITY

https://blog.naver.com/motif_1/220010965001      

#장인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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