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141
4월 8일, 멕시코 서부에서 시작되어 미국을 지나 캐나다 동부를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진행되었다.
개기일식은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 위에 위치해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이다. 이는 낮에 태양이 사라지는 현상을 목도할 수 있는 기회이다.
북미에서 가장 먼저 개기일식이 시작된 멕시코의 시날로아주의 마사틀란을 비롯해 두랑고주, 코아우일라주 등 개기일식 경로상에 있는 지역들이 차례로 최대 4분 30초 동안 대낮이 암흑으로 변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와 아내가 머물고 있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의 라파스(위도 24.14172, 경도 -110.29814)는 태양의 91%가 가려지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었던 곳으로 이웃 사람들 대부분이 이것을 화제로 삼았다.
라파스는 9시 49분에 일식이 시작되어 11시 5분에 최고 상태에 달하고 12시 32분에 끝난다는 천문대의 발표를 숙지하고 아내와 나는 미리 집 밖 공터로 나가 하늘의 변화를 관찰했다. 2시간 43분 동안의 일식현상 동안 태양이 초승달처럼 변하는 진귀한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달이 태양을 가장 많이 가린 11시 5분 전후 30여 분간 태양이 먹구름에 가리어진 때처럼 어두워진 낮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천문학 앱인 Star Walk에 따르면 개기일식이 같은 위치에서 다시 일어나려면 평균 385년이 걸리고 한국에서는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경 강원도 북한과 고성 일대에서 개기일식을, 서울은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식 관찰을 위해서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태양관측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빛의 양을 줄여주는 적절한 ND(Neutral Density)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구할 수 없었다. 집 앞 공터에서 아내는 선글라스를 활용해 잠시 태양을 바라보는 정도로, 나는 카메라의 조리개를 최대한 줄이고 셔터스피드를 높이는 방식으로 간간이 사진 몇 장을 찍는 정도로 일식의 진행을 관찰하고 있었다. 30여 분이 지났을 때 한 남성이 X-ray 필름을 가지고 다가와 우리에게 내밀었다. 공터 옆에 자동차 수리센터를 운영하는 분이었다.
"이것을 두 겹으로 접어서 사용해 보세요."
병원에서 검사용으로 찍은 필름으로 상이 없는 검은 옆부분을 두겹으로 접어서 태양을 보니 비로소 제대로 보였다. 자신은 일을 해야 하니 충분히 사용하고 돌려달라고 했다. 이 필름을 사용해 일식이 진행되는 경과도 제대로 촬영할 수 있었다.
일식이 끝난 과일 한 봉지와 함께 필름을 전하러 갔다. 형제가 순박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필름은 주었던 분은 동생 Ricardo이고 형은 Eduardo라고 했다. 저희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이 엑스레이 필름은 의료용으로 누군가가 불편하셔서 찍은 것 같은데?
"(동생) 형님의 무릎관절 사진이에요."
-지금은 필름 대신 주로 디지털 사진으로 출력하거나 모니터에서 판독하는데 필름인 것을 보니 시간이 상당히 지났긴 했지만 완쾌되셨는지요?
"(형) 물론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일을 하지요. 7년 전에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던 거예요."
-형제가 함께 일을 하신 것은 얼마나 되셨나요?
"(동생) 형님은 64세로 45년 동안 이 일을 하셨어요. 전 형보다 5살 밑이에요. 5년 뒤에 제가 형님에게 합류했으니 함께 일한 지가 40년이 되었네요."
-40년이나 갈라서지 않고 함께 일하셨다니 대단한 형제애입니다. 함께 일하다 보면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을 수 있을 텐데..."
"(동생) 제가 형님에게 배워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자동차는 계속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해요. 함께 차를 고치는 세월은 함께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함께 궁리를 하니 대부분의 고장은 더 싶게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려운 고장도 더 빨리 고칠 수 있었으니 참 좋아요.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지요.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사과하는 거예요. 사과를 해도 상대는 금방 화가 풀리지 않아서 여전히 감정 섞인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함께 화를 내면 사과가 소용없게 되므로 그때 그것을 참는 것이 중요해요."
-참는 것이 항상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과했잖아,라고 목소리를 올리기 마련인데...
"그래서 사과후에는 바로 귀머거리가 되어야 해요. 잠시 귀를 막는 것보다 빨리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이 형제의 화해 비결은 개기일식(total eclipse)처럼 감정을 어두운 상태로 잠시 잠가 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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