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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Apr 12. 2024

맹그로브숲을 걷다

Ray & Monica's [en route]_143


엘 콘찰리토 습지Humeda El Conchalito     


가족과 사회의 역할에 대한 짐을 내려놓아도 되는 은퇴자에게 좋은 것 중의 하나는 '느린'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걸어갈만한 곳만 일상의 영역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발걸음의 속도로 살다 보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이 마음속을 가득 채운다. 자연의 패턴에 감격하다 보면 원리에 감탄하게 되고 그것을 알게 되면 발밑의 흙 한 줌도 감사로 바뀐다.     


4월 10일, 라파스의 서쪽 `엘 콘찰리토 습지Humeda El Conchalito'의 맹그로브숲을 걸었다. 이 습지는 람사르 습지인 Humedales Mogote - Ensenada La Paz의 일부이다.     


붉은 황혼이 라파스 만(Ensenada de La Paz)을 가득 채울 때 밀물이 찾아왔다. 감동이 차올랐다. 눈백로(Egretta thula)가 먹이를 찾는 개펄은 다시 바다가 되었다.     


맞은편 모고테모래언덕(Dunas del Mogote) 너머로 태양이 모습을 감추는 이곳의 일몰은 라파스 최고의 풍경이다.     

맑음에서 어둠으로, 소음에서 정적으로 가는 그 경계에서 맹그로브숲은 뭍의 삶에서 바다의 삶으로 바뀐다. 이 숲은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생명의 터전이 된다.     


이 바다의 숲은 육상의 숲보다 최대 다섯 배나 많은 탄소를 저장하여 기후 변화를 완화한다.     


잎사귀의 하얀 점들을 손가락으로 떼어 맛을 보았다. 예상대로 소금이었다.     


나무는 소금기가 있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 소금이 뿌리의 물기를 뺏어가기 때문이다. 개펄에서도 살 수 없다. 개흙의 입자가 작고 조밀해 산소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그로브는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뿌리의 특수 조직으로 염분이 수분을 뺏는 것을 막고 잎을 통해 흡수된 염분을 배출한다. 뿌리가 밖으로 나와 진흙 속에서 불가능한 숨쉬기를 한다. 또한 씨앗을 바다로 떨어트리는 대신 모체에서 키워 떨어지도록 함으로써 씨앗이 발아할 수 없는 환경을 극복했다.     


맹그로브숲은 100개 이상의 국가에 존재하지만 지구 표면의 0.1%만을 덮고 있다. 맹그로브 나무는 개발 때문에 베어졌고 지금은 50여 년 전의 절반만 남은 상태.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더 큰 양식장을 파괴하는 사람의 셈법은 스스로 자기 발등 찍기를 즐기는 자학의 동물 같다.     


이 습지의 맹그로브숲은 도시의 일부로 존재함으로써 파도와 바람의 에너지를 줄여주어 허리케인으로부터 도시를 지켜준다. 그래서 더 취약한 곳이기도 하다. 어떻게 게와 망둥어는 밤낮으로 맹그로브숲을 탐해도 남용이 되지않을까.     


맹그로브숲의 끝에 도달하자 어둠이 내렸다. 폐선 옆 방파제에서 연인이 밀어를 나누고 있고 한 남자는 바다를 향해 낚싯줄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도시의 가로등을 향해 걸었다.  

   

#맹그로브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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