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48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좋을 지에 대해서 오랫동안 숙고 했다. 작년 9월 6일 LA에서 멕시코시티로 입국한 후 올 7월 20일 미국 엘파소로 출국하기까지 약 11개월쯤(328일) 멕시코에 머물면서 6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스페인이 북미, 중앙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을 통치했던 누에보 스페인(Nueva España) 지역에 대한 문화와 정서, 언어의 뉘앙스들을 아울러 학습하고자 했다. 1519년 에르난 코르테스가 멕시코를 정복하면서 누에보 스페인이 형성된 만큼 이곳의 정서를 익히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멕시코가 적격이라는 생각이었다.
멕시코에서 다양한 지역과 각기 다른 층위의 삶에 속해 지내는 동안 이제 표정만 보아도 그들의 가슴속 진심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타 문화를 공부한다는 것은 평생을 걸쳐 함께 살아도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민자들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완전한 이해가 욕심이라는 것을 이번 뉴욕에서의 시간을 통해 더 확연해졌다. 이 생각이 굳어지자 After New York의 행선지가 선명해졌다. 멕시코로 돌아가려던 생각은 멕시코를 건너뛰는 것으로 바뀌었다.
영어의 관용어 표현 중에 'Starting from scratch'라는 말이 있다.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말이다. 육상경기에서 출발지점을 표시하기 위해 땅에 선을 그었던 그 지점에서 새 출발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기존의 자원을 포기하고 다시 맨주먹으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여행의 중요한 마음자세의 기준이 될만했다.
즉 중미의 만행을 위해 준비했던 멕시코에서의 11개월에 대한 지식들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문화권으로 들어가는데 작용할지도 모르는 선입관으로 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우리의 태도와 각오이다.
#2
이틀 뒤의 날짜로 과테말라행 편도 항공편을 찾았다. 낮 2시 이전에 과테말라시티에 도착, 저렴한 가격, 출발공항까지의 거리 등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항공으로 뉴욕을 떠나는 출발지는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EWR), 라구아디아 공항(LGA) 등 세 곳이다. 우리의 숙소로 부터 10마일, 우버로 20분 거리에 있는 곳이 라구아디아 공항이다.
직항은 티켓 가격이 환승의 두 배가 넘었다. JFK 출발에서 과테말라시티의 공항인 라 아우로라 국제공항(Aeropuerto Internacional La Aurora ; GUA)까지 5시간이 좀 넘는 비행시간이었다.
한번 환승의 경우, 마이애미, LA를 경유하거나 엘살바도르, 파나마를 경유하는 것 까지 다양했다. 비행거리가 가장 가까운 것을 찾았다. 이 모든 조건에 부합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 7시에 출발해 GUA에 낮 12시 5분에 도착하는 애틀랜타 경유의 델타항공(Delta Air Lines) 이었다.
티케팅을 마치고 다시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Starting from scr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