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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선하게 만드는 도시

Ray & Monica's [en route]_295

by motif


성당 앞 판매대를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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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갑자기 빈부와 국경과 피아에 장벽을 세우고 다양성과 인도적 지원이나 기후 위기 같은 글로벌 이슈의 당연한 의무에서조차도 발을 빼는 것은 물로 주권국의 영토에 대해서조차 무례한 언사를 일삼는 한 강자의 거침없는 폭주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약자의 비통이 먹구름처럼 마음의 하늘을 덮고 있다.


그럼에도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한 곡기를 끊을 수 없는 유기체 동물의 한계가 비통해진다.


일요일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산책을 겸한 나들이에서 베이커리로 향했다.


이 동네 베이커리는 성당(Iglesia Escuela de Cristo 그리스도 학교 성당)과 큰 성당(Iglesia de San Francisco El Grande, 성 프란시스코 대성당) 사이에 있는, 할머니가 빵을 굽고 아들이 파는 오래된 빵집이다.


성 프란시스코 대성당은 성 페드로(Santo Hermano Pedro)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페드로 성인은 스페인 카나리 제도의 테네리페 섬에서 태어나 과테말라로 건너와 일생 동안 이곳 안티구아에서 오갈 데 없는 병든 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그들이 입던 누더기 옷을 입고 종을 들고 거리로 나가 기금을 모았던 분이다. 그렇게 노숙자를 위한 쉼터와 빈민 병원(Hospital de San Pedro, 산 페드로 병원)을 세웠고 여전히 그 병원은 빈자들의 희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의 산책로이자 일요일 아침의 허기를 달래는 빵집과 성당이 있는 거리는 그리스도 수난을 재현하는 십자가의 길(Calle de la Cruz)로서 연도에 그리스도 수난도가 그려진 작은 예배당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도열해있다.


우리가 6번째 예배당에 도착했을 때 십수 명의 사람들이 예배당 앞 인도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이었다. 절로 성스러워져서 우리의 발길도 그 앞에 멎었다. 성경 책을 든 한 부인이 기도를 인도하고 있었다. 성스러운 길거리 예배의 모습에 내 마음도 절로 경건해졌다.


한 블록 북쪽의 그리스도 학교 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성당 앞 한편에서는 변함없이 판매대가 만들어져있고 몇몇 사람들이 생활용품을 팔고 있었다. 농기구를 비롯해 옷, 곡물, 물티슈, 안경, 마스크... 성당을 출입하는 사람들과 이 마을 사람들이 고객이었다. 이 매대는 이 근동 사람들에게 필수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오늘은 이 판매대에 대한 궁금증을 풀 생각으로 손님이 뜸해지는 시간을 기다렸다. 한참 뒤 짬이 난 판매원, 가브리엘 페르난도 히메네스 빌만(Gabriel Fernando Jimenez Vilman)에게 다가갔다.


-이 매대는 누가 어떤 이유로 운영합니까?


"이 성당의 봉사자들이 이 도시의 빈곤한 이웃을 돕기 위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하는 매장입니다."


-이 상품들은 어떻게 마련됩니까?


"일부는 기부받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저희가 적립한 기금으로 구입한 것들입니다."


-파는 물건들의 가격을 보니 일반 마켓의 가격보다 훨씬 쌉니다. 이 상품들을 구입했다면 이 가격에 팔고도 이문이 남습니까?


"네. 사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반 매장보다 좀 싸게 팔고 있습니다. 저희는 도매상을 찾아가 소비자들이 필요할 만한 물건들을 싸게 구입하기 때문에 그래도 이익이 납니다. 원금은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보존하고 그 차액을 빈민 기금으로 적립합니다."


-그 기금은 주로 어떤 형식으로 가난한 이들에 전달됩니까?


"식량이 급급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로 식료품을 사서 전달해 드립니다."


-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도매상을 찾아 상품을 구매해야 하고, 주말마다 팔아야 하고, 다시 그 이익으로 식료품을 사서 대상 가정에게 전달해야 하는 여러 단계의 과정마다 적지 않는 품이 드는 일 같습니다? 이 단체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 '성직자회(Pastor el Social)' 소속 회원으로 저와 이 친구는 학생이고 저분은 직장인이고 저 부인은 본인이 넉넉하지 않은 청각장애인입니다. 뜻을 같이 하는 마음을 가진 분으로 봉사의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회원입니다."


-당신은 왜 이 일에 시간을 내기로 했습니까?


"빈곤한 환경에 처한 저소득층의 사람들은 노인이거나 어린이거나 병든 사람들로 도움 없이는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들입니다. 그 곤궁한 상황을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밥을 굶지도 않고 병이 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축복을 받은 사람이죠. 그 축복은 나누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일원이 되기로 했습니다."


-당신들의 활동으로 그들의 생활이 어느 정도 개선되어가고 있습니까?


"물론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경우에 작은 진전을 이루는 일조차도 매우 어렵습니다."


-진전 없는 일을 꾸준히 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다행인 것이지요. 그럼으로 어떤 일은 발전만이 발전이 아니라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 계산을 마친 또 다른 판매원에게 물었다.


-당신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제 이름은 안드레스(Andrés)입니다. 60세로 가구회사의 제작 감독자로 일하고 있고 주말에는 성당을 섬기면서 기금 마련 판매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이유로 남을 위해서 당신의 시간을 사용합니까?


"다른 어떤 활동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개인적인 만족이며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세상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지경에 처한 사람은 너무나 많고 당신들의 이런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의 이런 노력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까?


"뭐라도 해야지요. 이런 작은 것들로 조금씩 세상이 바뀌는 것, 또한 의미가 있으니까요."


청각장애 부인에게 봉사단의 일원으로 일하는 이유를 물었다.


"전 마리아 빅토리아(Maria Victoria)입니다. 제가 이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은총이고 이 시간은 주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음이 새삼 놀랍다. 부자이지만 자신의 모든 시간을 더 큰 부자가 되는데 사용하는 사람, 겨우 밥을 벌어먹을 만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시간 일부를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


그들은 방문객이 뜸해진 시간에 도시락으로 가지고 온 타말(tamal)과 식은 커피 한 잔으로 요기를 대신했다


18세기 대지진과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붕괴되고 잿더미에 묻혀 모든 삶이 파괴되었던 안티구아, 그 파괴된 폐허의 풍경으로 남은 이 도시는 사람을 좀 더 선한 쪽으로 등을 떠미는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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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구아 #봉사 #과테말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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