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94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어제 아침, 두 어른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관계가 읽혀서, 행복에 대한 예기로 대화를 나누었던 놀튼(Nolton)과 제니퍼(Jennifer) 부부의 제니퍼 할머니께서 부엌에서 아침으로 토스트를 준비하시다가 나를 보고 반색했다.
"오! 당신을 보고 싶었어요. 어제 당신이 우리 부부가 왜 행복한지에 대해서 물었잖아요. 조금 전에 민지에게 말했어요. 그 질문이 저를 행복에 대해 숙고하도록 만들었다고..."
"제 질문에 대해 두 분께서 중요한 세 가지를 말씀해 주셨죠. 좋은 '파트너', 친밀한 '가족', 그리고 남의 보살핌을 받지 않아도 되는 '건강'이라고요. 당신 부부처럼 대부분의 부부들이 이미 그 행복 요소를 가졌음에도 그 소중함을 간과했던 것을 짚어주셨어요."
"그렇지만 어제는 즉흥적으로 답을 했던 것 같아요. 행복이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행복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요. 각 개인의 행복은 당사자가 행복으로 느끼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옳은 답이죠."
"맞아요. 행복을 어떻게 하나로 규정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어제 주신 질문에 대해서 밤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오, 당신이야말로 행복에 대한 스승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분이군요. 그래서 행복에 대한 지난밤의 사색에서 또 다른 행복의 비밀을 밝혀내셨습니까?"
"단지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 점은 모두가 그렇지요. 어떻게 일생 동안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수많은 의무를 감당해야 하고 감내해야 할 고통의 순간은 늘 찾아오기 마련인데요."
"그렇다고 어제 말한 것이 거짓은 아니에요. 놀튼은 저의 좋은 파트너이고,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가 있어서 참 좋아요. 그렇지만 놀튼이 항상 웃는 얼굴이지는 않았고 손자 손녀가 있어서 좋지만 돌보는 일 또한 만만찮은 일이거든요. 그들로 인해 새로운 걱정이 생기기도 하죠. 행복에 '기복(up-and-down)'이 있었어요. 행복하다 싶으면 사라졌고 사라졌다 싶으면 다시 나타났어요."
"정말 당신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선생이셨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당신은 인류의 큰 스승, 부처와 같은 깨달음에 도달하신 겁니다. 불교에서도 행복을 '번뇌를 극복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상태(이고득락(離苦得樂))'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번뇌가 없이는 행복으로 갈 수 없는 것이지요."
"ㅎㅎㅎ 행복은 'up-and-down'속에 있는 것이군요?"
"그런 셈이지요. 더위 속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이마를 스치면 그 순간 행복을 느끼고, 나뭇잎 위에 내려앉은 반짝이는 햇살을 보아도 행복을 느끼면서 더웠던 긴 시간, 흐렸던 낮 시간조차도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는 거지요. 그러니 행복은 순간적인 희열의 반복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을 밤 동안 숙고하시고 이처럼 그 깨달음을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니퍼는 따뜻한 토스트 위에 버터를 잘 펴 바른 접시를 집어 들면서 말했다.
"당신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10년 동안 한국 밖의 삶을 살 작정이라고요? 놀튼이 제게 말했어요. 당신이 가는 세계의 어느 곳이나 당신을 팔로우하겠다고요. 당신이 리더이고 그가 팔로우합니다."
"전 멋진 뮤지션인 놀튼을 존경합니다. 아쉽게도 우리의 세계 여정은 이제 8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 그러고 보니 저희도 10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스노우버드(Snowbird)로 사는 것이 4년밖에 남지 않았군요."
"10년을 더하면 14년이 남잖아요. 저희는 그럴지도 몰라요."
"그럼 당신은 18년이나 남는군요."
"ㅎㅎㅎ 숫자만 바꾸니 금방 더 행복해지네요!"
제니퍼 할머니가 기타를 치고 있는 놀튼을 향해 화사한 표정으로 부엌을 나갔다.
●노부부가 행복한 이유 | 행복의 3요소
https://blog.naver.com/motif_1/223746297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