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93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며칠 전 새로운 게스트가 이 숙소에 오셨다. 주로 장기 체류자들이 머무는 이곳에 3주만 머물고 콜롬비아로 떠나실 예정이라는 놀튼(Nolton)할아버지와 제니퍼(Jennifer)할머니 부부이다. 부부는 제일 먼저 일어나 회랑의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이른 아침 시간을 즐기곤 한다.
아내와 함께 일요일의 아침 산책을 나가면서 경쾌한 톤으로 인사를 건넸다.
-두 분은 오늘 아침에도 참 행복해 보입니다.
"(놀튼) 물론이요. 우리는 캐나다인이거든요."
-간혹 미국 사람이 비행기를 탈 때 하이재킹에 대비해 캐나다인인척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캐나다인이라고 모두 행복할 수 있나요? 제 지인 캐나다인은 간혹 다툼이 있었는데 결국 이혼을 했어요."
"(놀튼) 하지만 우리는 49 년 전에 만나자마자 결혼할 상대라는 것을 확신했어요."
-우리 부부도 45년 전에 만나자마자 결혼할 상대라는 것을 확신했지요. 그렇지만 여전히 다투곤 합니다.
"(제니퍼) 하지만 우리는 이곳 과테말라에 있으니까요. 저의 집이 있는 온타리오는 지금 무척 춥거든요."
-저희도 사계절이 봄인 이곳 안티구아에 있잖아요. 한국도 지금 한겨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왜 당신과 다르죠?
"(제이퍼)ㅎㅎㅎ 글쎄요. 당신도 충분히 행복해 보이는데요."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매일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찾지 못해서이고 매일 불행한 사람은 행복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인 것 같습니다. 당신 부부는 전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함께 웃으며 함께 행복해졌다. 부부의 행복한 아침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도 되냐고 묻자 제니퍼가 놀튼 곁으로 바싹 붙어앉으며 머리를 노스의 어깨로 기댔다.
-질투 나니까 좀 떨어져 앉으세요!
"(제니퍼) 그것은 불가능해요. 우리가 떨어져 앉을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요."
27살과 26살에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76살의 75살 부부의 행복 비결은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 자녀와 손자를 포함한 친밀한 '가족'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을 행복의 3요소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