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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Ray & Monica's [en route]_306

by motif

그리운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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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1


지난달 초, 내가 아티틀란 호수가 여러 마을을 탐험하는 중에 아내는 사흘을 홀로 칵치켈 마야 어르신 댁에 머물렀다. 아내는 매일 그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호숫가 온천수가 나오는 바위틈에서 온천욕을 즐겼다. 온천욕이 끝나면 관리되지 않는 온천지 주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곤 했는데 한 날은 고속으로 지나가는 배가 만든 파도가 아내를 덮쳐 소지했던 핸드폰이 물에 잠겼다.


안티구아로 돌아온 뒤 기능이 상실된 핸드폰을 수리할 수 있을지 여러 곳을 들렸지만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새 핸드폰을 구입하기에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과테말라 내에서만 사용되는 국내용이었고 과테말라 밖에서 사용 가능한 제품도 우리가 사용해야 할 은행 업무를 비롯한 여러 기능 제약이 있지 않을지 염려됐다.


믿음이 가는 한국 핸드폰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딸에게 중고 스마트폰을 하나 사서 보내도록 요청했다. 준비를 마치고 국제특송회사에 배송을 알아보니 스마트 기기의 국제간 이동에는 적지 않은 제약이 있다,는 딸의 통지를 받았다.


중고 휴대폰 발송 사유서, 파손 동의서를 작성하면 접수 가능하지만 수취국에서 통관이 불가할 수도 있고 통관 절차상 서류작성이 필요해서 연락을 취할 때 연락이 닿지 않으면 반송되거나 폐기한다는 것이다. 통관이 되어도 관세 폭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어찌해야 좋을지를 물었다. 또한 배터리를 분리하거나 잔량 제로로 만들어야 하고 탁송료는 안경 하나를 더한 탁송에서 회사에 따라 최고 41만 원에서 23만 원까지 견적 비용이 나왔다고 했다. 배송기간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2일에서 일주일까지로 비용이 높을수록 빨랐다.


과테말라의 스마트폰 통관 세금을 알아보라는 딸의 요청으로 특송회사를 통해 받은 세율은 관세사 또는 세관 공무원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관세 15~35%, 부가세 12%에 더해 통관절차 비용이 부과될 수 있다고 했다.


#2


지난해 여름, 멕시코 서부지역을 남북 약 1,500km(약 930 마일)로 뻗어 있는 장대한 산맥,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Sierra Madre Occidental)을 횡단하는 동안 끊어져 버린 카메라의 넥스트랩을 구하기 위해 멕시코, 미국, 과테말라를 뒤졌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스트랩을 만날 수 없었다. 한국이라면 E-커머스 플랫폼에서 하루 만에 배달 받을 수 있는 상품이지만 7개월째 불편을 겪고 있었다.


가죽 공예점을 방문해 떨어진 연결 부위를 연결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3일간의 기간과 2만 5천 원의 비용을 요구했다.


아내가 가죽점에서 구조를 살핀 뒤 자신이 해결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낡은 연결 부위를 제거한 뒤 우이필 바느질에 사용하는 마야인의 큰 바늘을 활용해 한 시간 만에 해결했다.


오늘 아침, 아내가 아낀 수리 비용으로 할 것이 있다고 했다.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들었다가 가격 때문에 되놓았던 육개장 한 봉지와 햇반 2개를 사가지고 왔다.


아내가 끓여온 육개장은 야채와 토마토까지 더해 양을 두 배로 불린 것이었지만 햇반과 함께 먹는 맛은 결코 숟가락을 놓고 싶지 않은 고향의 맛이었다. 빈 냄비를 바라보며 아내가 말했다.


"압력밥솥으로 지은 찰기 있는 밥과 얼큰한 육개장이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평소 맑은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살듯이 나라밖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든든한 고국이 있다는 다행과 대한민국 안에서 살던 때의 편리함과 편안함을 관과 했던 것에 미안해진다.


아마 혀의 미뢰가 기억하고 있는 한국 음식의 맛은 죽기 전까지 뇌를 맴돌 것이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해장국과 순댓국... 그것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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