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16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지난번 독일인 알렉스와 과테말라인 루이스와 안티구아 서민들의 고단함을 달래던 오래된 바를 방문했을 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둘 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우리가 한국에 돌아갈 때인 8년쯤 뒤에 한국으로 와. 우리와 한국에서 한잔하자!"
알렉스가 답했다.
"8년은 너무 먼 날이긴 한데... 그래도 그날을 기다릴게. 하지만 한국에는 못 가도 '코리언 바비큐'는 꼭 먹어보고 싶어."
그 말을 아내가 받았다.
"그게 소원이라면 내가 소원을 풀어줄게!"
알렉스뿐만 아니라 루이스까지 아이처럼 기뻐했다.
한 지붕 아래에 머물고 있는 각국의 장기 거주들에게 아내는 김밥과 잡채를 대접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다시 한번 잡채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먹는 것에서 정이 난다,는 말은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한국 음식을 먹고 나면 서로 간에 정서적 유대감이 한층 깊어졌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곳의 장기 거주자들은 대부분 홀로 사는 사람들이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그동안 고팠던 정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해서 일 것이다.
그 맛을 잊지 못한 우리는 내달 이곳을 떠나기 전에 한국 음식 파티를 주선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바비큐 파티는 숯을 피우는데 익숙지 않은 데다가 바비큐 그릴을 닦는 것도 내키는 일이 아니어서 '코리언 바비규'는 메뉴의 대상에서 제외되곤 했다.
내가 알렉스에게 단서를 달았다.
"민지의 말을 실현하는 데는 해결되어야 할 전제가 있어."
"뭔데?"
"한국의 바비큐는 고기 양념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해. 양념을 한 후 일정 시간 재워두어서 양념이 고기에 배게 해야 하거든. 민지는 그기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숯불을 피우고 굽는 것을 할 사람이 필요한 거지."
"그것은 우리가 전문이지."
알렉스와 루이스의 대답으로 디테일한 '코리안 바비큐 파티' 계획이 바로 확정되었다.
●코리안 바비큐 파티
-초대 범위 | 숙소 모든 식구
-일시 | 28일 금요일 오후 1시
-재료 준비
*소갈비와 밥 : 민지와 안수
*숯과 음료 : 알렉스와 루이스
집으로 돌아온 즉시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문제는 채식을 하는 잭이었다.
"그날 네가 먹을 것이라곤 밥밖에 없을 텐데 어떡하지? 치즈와 계란이라도 먹을 수 있어?"
"응. 먹을 수 있어. 나는 Vegetarian이지 Vegan이 아니야. 20대 때부터 고기를 먹으면 몸에서 거부반응이 나서 고기를 못 먹는 것일 뿐이야. 그렇지만 새우는 먹을 수 있어."
"아~ 그럼 새우는 네가 준비할 수 있겠어? 새우를 사 오면 굽기는 알렉스와 루이스가 할거야."
이렇게 잭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그런데 큰 문제는 우리에게 있었다.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고 너무 장담을 한 것이다. 과연 좋은 갈비를 구할 수 있을지, 양념재료들은 어디서 살 수 있을지, 재료가 없을 경우 무엇으로 대치할 수 있을지...
앉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므로 아내는 어제 정육점들을 방문하고 시장에서 양념재료들을 수소문했다. 소갈비로 갈비찜을 해서 몇몇 사람들에게 맛을 보였다. 반응들이 좋았다.
좀 자신감이 붙은 아내는 오늘 다시 세 곳의 정육점을 방문해 갈비를 원하는 모양으로 손질해 줄 수 있을지를 물었다. 아침 7시에 온다면 가장 신선한 고기로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어 줄 수 있다는 확답을 받았다.
각기 다른 집에서 1파운드씩 갈비를 사서 양념을 한 다음 프라이팬에다 구웠다. 코리안 바비큐 맛을 아는 알렉스가 맛을 보고 말했다.
"바로 이 맛이야. 모두가 좋아할 것임!"
내가 숯불을 피우지 않고도 아내가 한 소갈비 바비큐를 맛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