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토리2) 기회는 오는 게 아니라, 직접 찾는 것
기회가 기회를 부른다
대학원을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취준생은 처음이라 막막했다. 어떤 분야로 취업해야 할까?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데이터 분석을 내 취업 진로 방향으로 설정했고, 취업을 하기 위해 기회를 계속 붙잡았다.
데이터 분석으로 진로 방향을 설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가지가 있다. 첫 번째, 대학생 때, 전공 수업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데이터 분석을 맛보았다. 천문학 전공수업에서 Python으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래프를 그렸다. 관측 데이터는 주로 이미지였고, 이미지 데이터는 모두 수치로 표현이 가능했다. 단순히 숫자로 이루어진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래프로 표현함으로써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퍽 재미있었다. 수학 전공수업에서는 머신러닝으로 악성 댓글을 분류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Python으로 크롤링해서 얻은 네이버 뉴스의 댓글을 가공한 다음, 악성 댓글인지 아닌지 분류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었다. 당시에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가 이슈였는데, 직접 데이터를 다루어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두 번째, 학교에서 지원하는 빅데이터 단기 특강을 수강하고 데이터 분석에 매료되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과 주말 오전에 4시간씩 특강을 들었고, 교수님이 내주신 실습 과제를 착실히 제출했다. 특강을 듣는 곳은 집에서 2시간이 걸리는 곳이었고, 불금과 주말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은 별로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데이터 분석은 너무 재미있었고, 노는 것보다 공부하는 것이 더 즐거웠다. 그렇게 데이터 분석가는 천문학자 다음으로 꾸게 된 꿈이 되었다.
빅데이터 특강 담당자인 교수님의 눈에 띄게 되었다. 실습 과제를 모두 제출했고, 복습하면서 이해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질문도 열심히 해간 덕이었다. 교수님의 제안으로 데이터 분석 스터디를 하게 되었다. 함께 스터디를 하게 된 사람들은 교수님의 직접 뽑으신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 (외식경영학, 환경공학, 기계공학, 천문학 등)이었다. 모두 나처럼 열정과 꿈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스터디는 매주 4일씩,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했다. 원래는 4시간만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다들 준비해온 것이 많았고, 궁금한 것들도 많았기 때문에 4시간은 부족했다. 우리는 원서를 직접 번역해가며 공부했고, 미분 적분학, 선형대수, 통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수학적 원리 분석부터 실습까지의 내용을 담은 발표 PPT를 제작했다. 스터디를 하지 않는 날에도 모여서 함께 공부했다. 열정이 가득한 교수님과 학생들과 함께하는 스터디는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났고, 집에 돌아오면 밤 11시가 되었다. 피로가 쌓여서 혓바늘이 생기는 건 기본이고, 입술이 양옆이 피로로 인해 찢어졌다. 하지만, 취업이 정말 간절했고 진로 방향에 대한 확신이 들었기에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더욱 집중했다. 어떻게 이 좋은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이 생각뿐이었다.
교수님께서 프로젝트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서울시청의 식수인원을 예측하는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였다. 서울시청 프로젝트는 내가 스터디 조직에 속하지 않고 혼자 공부했더라면 오지 않았을 좋은 기회였다.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프로젝트 제안을 수락했다. 또, 잡은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열심히 진행했다. 서울시청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식수인원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30편이 넘는 논문을 읽었다.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변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메뉴 엔지니어링이라는 엄청난 수작업이 필요한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시청 식단의 재료를 분석하는 작업으로, 음식 분류 체제를 수집하고 팀원들과 여러 번 논의한 뒤에 교수님의 최종 확인까지 받고 변수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우리는 메뉴 엔지니어링 외에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고, 93%의 정확도를 가진 최종 모델을 만들었다.
서울시청 프로젝트라는 기회 덕에 또 다른 기회들이 찾아왔다. '최종 모델을 서비스화 하기 위한 웹 개발'이라는 기회와 '식수인원 예측 서비스 특허 출원'이라는 기회였다. 공모전을 찾던 도중, 웹 개발 공모전을 발견하고 기획서를 만들어서 제출했다. 제출한 기획서가 통과되어 웹 개발을 진행했고, 수상까지 하였다. 특허 출원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에는 통과되어 특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일석이조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서울시청 프로젝트라는 돌을 던졌더니, 웹 개발이라는 새로운 역역에 도전하는 기회와 특허를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 번 대형 프로젝트를 하고 나니, 또 다른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나 공모전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기회가 기회를 부른 것이다. 이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계속 활용함으로써 결국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라는 말이 있다. 기회는 알아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으러 다녀야 한다. 찾은 기회를 나의 것으로 만들면, 또 다른 기회가 온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또 다른 기회를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