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얼리 Nov 03. 2023

아이가 있고, 성매매를 합니다.

성매매 두 번째 이야기

파주 ‘용주골’ 정비 가속도…2025년 성매매 집결지 완전폐쇄(2023.02.27.) / 문화일보

경찰, 파주 용주골 성매매업소 2곳·5명 적발(2023.02.28.) / TV조선

파주시·파주경찰서, 연풍리 성매매집결지에 단속초소 설치(2023.03.03.) / 뉴스1     


  파주시 발(發)로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폐쇄에 대한 기사가 꾸준히 나온다. 용주골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인근에 있던 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 영업을 시작해 현재 수도권에 남은 집결지 중 가장 큰 곳으로 남아 있다(청량리, 영등포 집결지는 암암리에 영업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폐쇄 절차를 밟았다).


  취재를 위해 용주골로 가는 차 안에서 유튜브에 ‘용주골’을 검색했다. 한 유튜버가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자 

관계자들이 물을 뿌리거나 욕설을 하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사실 해당 유튜버는 여장을 하고 찾아가 종사자인 척하며 빈 업소에 들어갔고, “무슨 일 하는 거냐”, “나도 일하고 싶다”며 종사자들을 조롱했다). 걱정을 한아름 안았다. 업주들이 나와서 해코지 하면 어쩌지, 여성들이 소금 뿌리면 어떡하지 했다.


  불법 건축물을 단속하기 위해 파주시청 직원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과 동행 취재 약속이 된 터라 인사를 나눈 후 골목골목을 헤집었다. ‘유리홀’이 불법 증축인지 아닌지 점검하고 사진 찍고 줄자로 크기를 쟀다. 나는 따라다니며 과정을 지켜봤고, 속으로는 ‘종사자들 접촉이나 할 수 있으려나…’ 한숨만 쉬었다. 


  아침 시간이라 업소에서 인기척이 없었는데, 돌아다니다보니 수면 잠옷 차림으로 전화 통화를 하는 여성이 보였다. 용주골은 입구를 들어오면 업소 관계자들만 지내는 동네라 말을 걸기 위해 전화가 끊기기를 기다렸다. 여성이 입에 문 담배를 발로 비벼 끄기를 세 차례나 했는데도 통화는 이어졌다. 그때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가는,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 지나갔다.


  ‘말 걸어야 해! 얼른 물으란 말야!’ 선뜻 뒤따라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여성이 어느 문을 열고 건물로 들어가 버렸다. 여성을 놓치고 머리를 짚고 있는데, 여성이 다시 나왔다. 냉큼 “저기, 안녕하세요” 말을 건넸다.


“누구세요?”

“아, 저 기자인데요.”

“아… 네. 잠시만요” 

    

  역시 거부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여성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더니 빠르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여기 없어지는 거 취재 나오신 거예요?”

“네. 파주시 사람들이랑 같이 오긴 했는데요. 여기 일하시는 분들 이야기는 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무슨 이야기요?”

“폐쇄하면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파주시는 여기 계신 분들이랑 소통을 잘 하고 있는지….”

“잠시 기다려보세요.”


  여성은 멀찍이 떨어져 통화를 하더니 따라오라 했다. 한 건물로 안내해 들어갔더니, “안녕하세요. 기자님이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는 게 아닌가.


대표적인 성매매 업소 집결지, 파주 '용주골'에서 성매매 노동자들을 만났다. 노동자 '별'은 음성변조와 모자이크를 신신당부했다. 모인 여성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나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알 리가 없는데도 경계했다.



-여기 계신 종사자 분들은 얼마나 있어요?

별 : 투잡하는 아가씨도 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배우고 있는 아가씨들도 있고 그러다보니까 정확한 종사자 수는 저희가 측정은 안 되는데, 대략 한 150명~200명 되는 것 같아요, 알바까지 다 포함하면. 상주해 있는 아가씨들은 한 70~80명 되는 것 같아요.


-영업을 하는 곳은 얼마나 되나요?

별 : 47곳이에요. 아가씨가 많은 집도 있고 없는 집도 있고. 출퇴근이 원체 많고 알바하는 아가씨들도 있기 때문에 정확히는 책정이 안 돼요. 예전처럼 다 먹고 자고 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파주시는 △불법 행위 근절 △여성 인권 보호 등 이유로 이곳을 폐쇄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별 : 여성 인권 보호는 말이 안 되는 게, 상주하는 아가씨들한테 설문조사를 했어요. 여기서 나가면 뭘 할 거냐, 뭐하고 싶냐. 유흥 노래방, 오피스텔, 조건 만남, 여러 가지. 그리고 나라에서 직업 훈련을 시켜주면 받을 의향이 있냐. 없어지면 아가씨들은 ‘다른 직장을 알아보겠다’가 아니에요. 정상적인 가정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정상적으로 살았으면 여기에 나와서 일하지 않아요. 다들 그렇지 못한 사연이 있으니까 이런 길도 선택하는 거고…. 아가씨들 얘기 한 명 한 명 들어보시면 정말 사연 없는 아가씨들이 없어요. 떳떳하진 못하죠. 못한 일을 하고 있고.

     

-혹시 사연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분 계실까요?

가가 : 개인사라… 아가씨들이.

블루 : 그럼 제가 이야기할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 오빠한테 성폭행을 당했어요. 그런데 그거에 대해서 엄마가 ‘남자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나와서 제가 집을 나오게 된 건데,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직업학교 다 다녔어요. 사회생활도 2년 정도 하다가 여기에 들어오게 됐어요. 가족들한테 그런 경험을 당했으면 좀 배신감이 들잖아요. 그렇다보니까 사회생활 적응도 못했거든요. 정신과 약을 먹고 있고 그러니까 여기저기 떠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데, 여기에서는 손님이랑 1대 1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이모들도 있고 삼촌들도 있고 안전하다고 생각돼서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폐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무슨 생각을 했나요?

블루 : 적어도 보증금 천만 원 정도는 있어야 어디를 가잖아요. 2년 정도만 있어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아, 단속을 안 한다면. 손님이 그렇게 막히면 돈도 못 모으고 시간만 가는 거예요. 그러면 더 악화되죠. 솔직히 여성가족부에서 천만 원을 주면 되는 거 아니냐?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제 일은 제가 해결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렇습니다.


별 : 저희도 나중에 여기가 없어진다는 거 알아요. 저희도 그건 알아요. 3년이 됐든 몇 년이 됐든 저희는 기간을 달라는 거예요. 무조건 폐쇄가 아니라, 저희도 자립할 수 있는, 나가서 뭐라도 할 수 있는…. 여기 있는 아가씨들 무직자에요. 대출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돼요. 부양가족이 있는 아가씨들도 있고 하물며 자기가 애 키우면서 출퇴근하는 언니들도 있거든요. 나라에서 다 해줄 거 아니잖아요. 아가씨들이 벌 수 있을 때 본인이 조금씩 조금씩 준비할 수 있는 그런 기간을 달라는 거지. 무조건 ‘나가세요, 문 닫게’ 이런 건 저희도 받아들이기 힘들고요. 저 같은 경우에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요, 따로. 공부도 배우고. 등산도 좋아하고요. 저는 쉬는 날마다 항상 등산을 다녀요. 여기 들어오기 전엔 사회복지사였어요.


-아, 그러세요?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됐어요?

별 : 저는 제발로 여기에 직접 들어왔거든요. 괜찮아요. 인권? 여기에서 대우 더 잘 받고 있어요. 여기는 이모님들도 있고 사장님들도 있고 아가씨들도 다같이 상주해있잖아요. 위험하지도 않고요.


-다른 주민들이 폐쇄를 원하는 것 같아요.

별 : 아… 파주시에 있는 것 자체가 여기에 피해라고 어떤 기사가 올라온 걸 봤어요. 저희 그런 거 다 봐요. 용주골이 있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우리가 파주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뭐예요? 여기가 시내도 아니고 되게 외진 곳에 있고 우리끼리 조용히 지내고 있는 건데. 저는 부끄럽다고 생각 안 해요. 부모님 아파서 돌보는 아가씨들도 있고, 결혼을 일찍 했는데 실패해서 자식들 데려와야 한다고 돈 모으는 아가씨들도 있고, 애를 학교 보내는 아가씨들도 있고, 다 사연들이 많아요.


블루 : 여기 있는 아가씨들이 가장이라고 보면 되는 거예요, 가장.


가가 : 제 이야기할게요. 저 같은 경우에는 태어날 때부터, 고아에요. 고아원에서 자랐고, 쭉. 고3이 되면 나가야 하잖아요. 한 푼도 없이 나가요. 나가서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정말로. 잠 두 시간씩 자면서 아침에 신문도 날라봤고요. 별의 별 짓을 다 해봤어요. 그래도 우리나라는 뭐예요? 학벌이 좋아야 하잖아요. 도와줄 사람도 하나 없고요. 아무도 없잖아요. 친구 소개로 여기를 왔어요. 왔는데 여기는 나만 잘하면 벌 수 있거든요. 저는 나중에 나가서 장사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거고요. 우리한테 아파트 주거나 돈 줄 거 아니잖아요. 그런 걸 원하지도 않아요. 조용히, 우리도 여기에서 열심히 벌어서 뭐라도 조금이라도 만들어서 나갈 수 있게끔만, 그렇게만 해달라는 거예요.    


-시에서는 폐쇄하면 여기 계신 종사자분들 지원하는 지원책도 고민 중이라던데, 시청 쪽이랑 얘기가 되고 있나요?

가가 : 어제도 왔는데 그런 얘긴 없었어요.


아린 : 지원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되죠! 엄마 아빠가 둘 다 돌아가시고 없고 애들만 데리고 사는데 무슨 지원이야, 자꾸! 평생을 일해서 애들 거둬 먹이고 사는데! 뭘 자꾸 돈 얘기만 하는 거야! 우리 다들 모이면 뭐 주지도 못할 거면서!


별 : 제가 말씀드릴게요. 시장님이 인터뷰한 거 봤는데 조례 예산을 꾸려서 아가씨들이 직업 훈련을 받고, 사회에 나가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우리가 돕겠다, 예산을 마련해서. 그런데 아직 그 예산이 마련 안 된 상태에서 아가씨들한테 아무 설명도 없이 인터뷰만 하시고 단속 이거부터 지금 시작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는 여기 지금 재개발 얘기가 오고 가고 있으니까 이걸 빌미로 우리 쫓아내려고 하는 건지…. 이렇게 인터뷰 다 해버리면 손님 사이에서도 소문 다 나고 경찰차도 밤낮이며 계속 사람들 불안하게 하고 솔직히 그만 두고 나간 아가씨들도 많아요. 이게 공권력을 이용해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같아요. 말로는 아가씨들이 나가서 살아갈 수 있게끔 돕겠다는데 아가씨들한테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물어보셨냐고요. 직업 훈련을 받으라면 받을 의향이 있냐? 여기가 교도소냐고. 네 개, 다섯 개 중 너 뭐 배울래? 이거 배울래? 선택하라는 거예요, 뭐예요. 각자 다른,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여성 단체에서 도와주지 않나요?

별 : 매 년 한 번씩 물품을 나눠줘요. 저 단체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뭐 주는 데인가보다. 처음엔 교회 같은 데서 주나보다 생각했는데, ‘아가씨들을 위한 단체다’ 하더라고요. 여성들을 위한 단체. 그런데 필요 없는 걸 줘요. 솔직히 뭐 콘돔도 줬어요. 근데 그게 질이 너무 안 좋아서…. 샴푸나 비누, 바디로션, 뭐 이런 것들 갖다주는데 다들 싼 거. 아가씨들이 안 쓰는 게 많은 거죠. 물품들에 전화번호도 붙여줬어요. 근데 그것만 주고 가는 거예요. 아가씨들이 힘든 상황이나 어려운 상황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이렇게 설명해주면 되잖아요. 무슨 번호인지도 몰랐던 거죠. 저희를 위한 단체면, 저희를 위해 나서줘야 하는 거 아니냐. 저희를 위한 건 여기를 당장에 없애고 단속을 무섭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 불안을 달래주고 우리를 위해 나서달라. 필요한 게 뭐 있냐, 묻는 사람도 없어요. 길거리 행진하는 거 보셨어요? 성매매 상담센터 회장님이 행진하면서 인터뷰했더라고요. 그 분이 ‘여기를 없애서 아가씨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 사람 보고 진짜 깜짝 놀란 게, 그런 단체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저는 제가 성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성매매 피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가 : 네, 같은 생각이에요.


-그렇게 구분하는 의미는 뭘까요?

별 : 피해자는 내가 피해를 받아야 피해자입니다. 오히려 성매매특별법을 어기고 살고 있기 때문에 저는 가해자인 겁니다. 그런데 모든 언론이나 이런 데서는 성매매 피해자라고만 하고. 저는 피해자가 아닙니다.

모두 : 맞습니다! (박수) 


-혹시 지금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드세요?

블루 : 우리는 밤이 일을 하는 시간인데, 낮에 단속한다고 시청 관계자들 나오고….

가가 : 울어?

블루 : 아니… 우는 게 아니고 말이 갑자기 막혀서.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경찰들 돌아다니고, 이게 아무리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지만 불법이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저는 불편하고 무서워요, 솔직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어제 여성가족부 관계자들 오셔서 빚을 면책해주겠다 얘기를 했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든 빚을 본인 힘으로 갚아보려는 언니들인데 그걸 면책한다는 거잖아요. 책임감 없는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 같아요.


-빚이라면 어떤 빚이요?

별 : 코로나 때 저희가 장사를 못 헀어요. 3년 정도 됐잖아요. 파주시청에서 문 닫으라고 한 적도 있어요. 저희는 적극적으로 협조했어요. 저도 코로나 때 거의 일을 못했습니다. 솔직히 무서워서. 뉴스에 나와서 나 슈퍼전파자 돼가지고 우리 가족이나 누가 알게 될까봐. 그래서 수입 없이 있으니 아가씨들이 개인적으로 대출이나 이런 걸 그때 좀 썼어요.


-아, 다른 데서 돈을 빌렸다는 거죠? 업주가 아니라.

별 : 여가부에서도 우리가 사장님한테 떠안고 있는 빚이 있다 생각하고 면책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업주에게 진 빚 때문에 업소를 못 떠나는 성매매 여성들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빚은 따로 없나요?

가가 : 없죠. 옛날에는 많았지만.

별 : 요즘에는 아가씨들도 사장님한테 먼저 빚 지는 걸 원치 않아요. 괜히 내가 이걸 받아서 쉬고 싶은 날 눈치 보여서 못 쉬고 그럴 수도 있잖아. 그게 불편하니까 개인적으로 대출 쓰는 거지.



별 : 저 나이도 많아요. 이 나이에 공장 갈 거예요? 식당 가서 설거지, 저 정말 많이 해봤어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내 가게 번듯한 가게 하나 차려서 나가겠다는데, 그게 한 3년에서 5년 정도 되면 떳떳하게, 그건 불법 아니잖아요. 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만 도와달라는 거예요. 할 수 있거든요. 무조건 없애는 게 아니에요. 아가씨들 얘기 좀 들어보고, 아가씨들 입장이 다 그래요.




용주골 폐쇄에 대한 기사를 썼다. 부장이 기사를 수정하며 "이웃 주민들은 용주골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밖을 나가기 두려워한다"고 했다. 취재한 내용과 다르다고 말했다. "부장, 주민들이 용주골을 안 좋아하긴 하는데 외출을 꺼리진 않는다"고, "외진 곳에 있는 데다 주변에 아이를 데리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주민 10명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를 제대로 담아달라 했다. 부장 왈 "파주에 사는 내 친구는 그렇게 말 하던데? 그대로 읽어."

작가의 이전글 너에게 혼자남은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