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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니주뇨 Feb 02. 2022

나도 구찌다 이 자식아

손에 쥐어지지 않는 신기루는 잡으려 할수록 더더욱 사라져 갈 뿐

 

하우스 오브 구찌(House of GUCCI)


많은 사람들이 사회 초년생을 벗어나는 시기가 되면  소위 말하는 명품 제품이 하나쯤은 몸 어딘가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작게는 허리띠나 안경부터 시작해서 가방이나 외투까지 하나쯤은 가지게 된다. 과연 이들 중 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에 감명받아 구매한 이들은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을 언뜻 한 적이 있다. 구찌처럼 유명하고 거대한 그룹 이야기라면 더더욱 궁금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1. 생각보다 건전한데?

 우리나라 재벌들의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영화를 보고 헉! 세상에!라는 반응은 없을 거라고 본다.

Chaebol [췌붤]

재미있게도 국외의 여러 사전들에는 재벌이라는 단어가 수록이 되어있다. 설명은 간략하게 ‘한국의 가족 경영 독점 그룹사’ 정도로 수록되어있다.

어릴 적부터 봐온 아침 드라마를 통한 예복습은 우리를 막장이라는 이름에 대해 무뎌지게 해 주었다. 흔히들 유럽에서 가장 한국과 비슷한 나라를 찾으라고 하면 이탈리아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한국보다는 중국의 느낌이지만 성격 급하고 빨간 음식 많이 먹는 게 얼추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치정살인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고 느껴졌다. 특히나 영화는 내내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리어버)의 변해가는 악한 모습을 보여주고(처음엔 사랑이면 다 된다며!)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의 시종일관 성난 표정은 곧 일이 터지겠구나 하는 신호를 준다. 결국 파트리치아는 의지하던 점성술사 친구에게 남편의 살인 사주를 하고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2. 명품이 명품으로 남으려면

 파트리치아와의 결혼으로 아버지에게 버려지다시피 한  마우리치오 구찌는 아들에 대한 결핍이 있는 자신의 삼촌 알도 구찌와의 관계가 돈독해진다. 특히나 이 관계는 잠시 꺼둔 척했던 파트리치아의 야망이 불태우다시피 한 관계이다. 구찌 패밀리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수준이 아닌 거의 모든 것에 대한 관여를 원했던 파트리치아는 남편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알도 구찌와 이들의 가치관 대립이 구찌의 행방을 가르는 아주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알도 구찌는 사업의 적극적인 확장을 통해 많은 이들의 구찌에 대한 열망을 채워주기를 바란 반면, 파트리치아는 명품은 명품으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결국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구찌 일가의 파멸을 일으키는 시작이 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구찌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마케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상식 중 하나는 바로 시장 타깃 선정에 있다. 구찌는 서민의 곁과 부자들의 곁에 모두 서있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려 했고 이는 처참한 실패에 이르게 된다. 이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알도의 아들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에게 끊임없는 이간질을 시작하고 평소 자신을 무시하던 아버지에게 화가 나있던 파올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채로 아버지의 부정 회계 장부를 신고해 80세가 넘은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이 일로 파올로는 가난한 삶, 알도는 수감생활을 하게 되는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된다.   



3. 애초에 신기루였던 것

 구찌를 장악한 마우리치오와 파트리치아는 행복한 삶이 열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애초에 그들의 것이 아니었던 구찌는 결국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외적으로는 그들 구찌 일가의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방탕한 생활과 과도한 사치를 일삼으며 구찌의 경영상태를 악화시켰으며, 지속적인 실패로 그들은 추락의 길로 걸어갔다. 내적으로는 마우리치오와 파트리치아의 관계적인 문제가 점점 커져만 갔다. 스위스에서 오랜 친구와 만난 마우리치오는 새로운 자극에 빠져들어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게 되고 가정에 소홀하게 된다. 파트리치아는 이러한 일들에 평소 의지하던 친구와 함께 남편을 죽이는 계획을 짜고 실행을 하게 된다.(근데 나 같아도 당신 우리 애가 보고 싶지도 않아?!라고 했을 때 "2주 전에 봤자너~" 하면 죽여버리고 싶을 거야...)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 이야기를,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신기루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려고 다가가면 더욱 힘들어질 뿐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마우리치오에겐 새로운 모든 것, 파올로에게는 명성이었으며 파트리치아에겐 구찌였다. 그래서 이 구찌 패밀리 이야기의 주인공 자리가 레이디 가가에게 돌아간 것이 아닐까.   



4. 그래서 복수의 끝은 뭔데?

 결국 비극적 이게도(물론 구찌 패밀리에게) 지금의 구찌란 이름은 그저 이름만 남았을 뿐 경영에는 구찌 일가가 아무도 참여를 하고 있지 않다. 구찌 가문은 몰락을 했으며 지금은 지극히도 자본주의적인 경영의 길을 걷고 있다. 파트리치아가 결단코 막으려 했던 명품으로서의 입지는 이미 사라져 누구나 구찌 제품 하나 정도는 가지게 되었으며 흔히들 말하는 진짜 부자들은 구찌를 피한다는 속설도 있을 정도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교훈 따위를 얻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름다운 치정 살인의 끝이 무엇인지 확인했을 뿐이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며 아름다운 구찌의 의상들과 격정적인 노래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특히나 아름다운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모습들을 영화 내내 보는 황홀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도 구찌다 요 녀석아

참 재미있게도 외국의 많은 나라들은 결혼을 하면 여자가 남자의 성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이런 재미있는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소속감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집착으로 변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강렬한 연기를 따라가는 치정 살인극

*톰포드가 구찌를 일으켜 세운 인물이었다니...!


평점 : 5점 만점에 3.5점

한 줄 : 집착이 광기로 변해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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