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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 헤아림 Sep 22. 2023

나의 엄마가 부담스럽다.

잘 지내냐는 안부가 '돈을 벌지 못하는 나'를 꺼낸다.

엄마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통화 중간에 있었던 한 문장에 내 마음이 머물러 있다.

그 문장이 나에게 슬픔을 가져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그 상태로, 마음을 글로 휘갈겨 옮겨본다.


엄마.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라 무엇일까 잠시 머물러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부담스럽다."

내가 엄마를 부담스러워하다니. 떠오른 단어에 새삼 화들짝 놀란다.


엄마를 참 좋아하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내 모습이 있다.

엄마의 성공 신화, 성공 스토리가 나에겐 부담스럽고, 엄마가 나에게 거는 기대가 나에겐 부담이 된다.

그녀에겐 그럴 의도가 없을 순간에도 나는 부담을 느끼고,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오늘 통화 중간에 무슨 말을 했길래 이럴까.

"요즘 강의는 들어와? 강의는 좀 있니?"


강의는 없지만 이러저러한 것들을 하고 있고, 지금은 나에게 강의현장은 비시즌이니 독서모임과 상담들을 하고 있다고 나답지 않게 주절주절 설명한다. 나답지 않은 순간이다. 내가 잘 살고 있음을 증명해 낼 말들을 쏟아낸다. 그 순간 내 안에 좌절감과 속상함, 그리고 내가 보잘것없고 형편없다는 느낌에 압도된다. 


엄마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단순하게 "요즘 어떻게 지내니? 생각하던 대로 잘 되어가고 괜찮게 지내니?"그런 질문으로 들리지 않았다. 내 안에서는 엄마의 말의 의미가 "돈은 벌고 있니? 쓸데없이 시간 쓰고 있는 거 아니지?" 이렇게 들렸다. 이런 나의 생각의 흐름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으로 향하며 툭. 고꾸라진 순간이다. 평소에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과 확신으로 있다가 어쩜 이렇게 꺾이게 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엄마와 통화를 하고 나면 이런 순간을 자주 만난다. 내가 사는 삶의 모습이 돈과 연관성이 크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나에 대한 좌절과 실망감이 먹구름처럼 몰려와 나를 덮어버린다. 돈이 되는 일이 생겨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날에는 내 마음의 날씨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내가 돈으로 환산되는 자랑에는 한없이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가도,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며 수고하고 열심을 내고 있는 나를 설명할 때는 작아지고 또 작아진다.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딸. 그렇게 과대성과 우울을 오고 가는 내가 여전히 여기에 있다.


근데, 뭐야? 나에게 관심 가지고 열심히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해 준 것도 아니잖아? 내가 알아서 잘 자라기를 기대하고, 그래서 알아서 내가 잘 커줬는데! 나한테 뭘 그렇게 바라는 거야! 


이런 반항 어린 마음이 솟구치다가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나의 태도는 바뀐다. 


'내가 엄마의 기쁨이 되어줘야지. 불쌍한 우리 엄마. 내가 잘해서, 돈 잘 버는 딸이 되어줘서 자랑하고 다닐만한 딸이 되어줘야지.' 의식적으로는 이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거나 노력하는 게 아닌 것이라 여기며 지내지만, 나의 무의식은 늘 '엄마의 기쁨과 만족'을 향해 살아가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다.


엄마와 대화하다 보면 엄마가 바라는 것은 돈 잘 버는 딸이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딸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신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돈으로 자랑스럽게 만들어주고 싶고, 성공한 딸의 모습을 자랑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찰랑거린다. 그리고 그 결과... 그것을 이뤄줄 수 없을 것 같아 좌절된 나를 만나고 엄마를 누리지 못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나로 남아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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