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명품가방은 루이비통일뻔
원래는 구찌와 펜디가 덤이었는데
결혼하기 전까지 그다지 명품에 관심이 없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보고 자란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엄마는 지금껏 본인의 돈으로 명품가방을 단 한 번도 사보신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여대를 다녔던 나의 대학시절, 동기 및 선후배들은 제법 명품 가방을 들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은 대체적으로 금수저 집안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도 주로 명동 길거리에서 파는 시장표 가방들을 당당하게 들고 다녔다.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갔다. 결혼까지 한 만큼 명품가방 하나쯤은 장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 때는 결혼할 때 샤넬 가방을 사는 것이 유행이었다. 돈이 많은 친정이나 시댁일 경우, 예단으로 하나 사주시던지, 아니면 신혼여행 갈 때 스스로 면세점에서 하나 겟 하던지.
하지만 명품의 명자도 몰랐던 나는 샤넬 가방은 꼭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때 당시 500이 넘는 가격의 가방은 도대체 언제 어디에 들고 다니는 거냐며 남편에게 나는 그렇게 사치스러운 여자가 아님을 강조했다.
남편 역시도 서민 중의 서민. 나와 같은 보통 집안의 사람이다. 그래서 나보다도 명품의 명자를 더 모른다. 거기다 와이프가 싫다 해도 하나 사주는 배짱과 센스까지 없는 남자이다.
어쨌든 샤넬은 제외한 어떤 브랜드의 명품을 하나 사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나는 하와이의 길거리 많은 명품샵에 들러 가방들을 구경했다.
제일 처음 사는 가방이니 주변에서 많이들 들고 다니는 것 같은 무난한 루이비통으로 결정했다.
그 당시 내가 사려던 똥 가방의 가격은 168만 원 정도.
사고 나니 문득 친정엄마가 생각이 났다. 60이 다 되도록 명품가방 하나 사본적이 없는 엄마.
다시 명품거리를 돌아다녔다. 구찌에 들어갔다. 130만 원짜리 친정엄마용 검은색 가방을 샀다.
사고 보니 남편의 눈치가 겁나 보였다. 펜디에 들어갔다. 시어머니 드릴 130만 원짜리 와인색 펜디 가방을 샀다.
내 것 하나만 사려다 총 500 가까운 돈을 썼다. 그때부터 얇은 가슴은 떨리기 시작했다. 500 이상 되는 샤넬 안 사려고 루이비통으로 갔는데 결국 500이나 썼다.
남편에게 출국할 때 관세를 얼마 내야 하는지부터 서칭 해보라고 했다. 세금정도는 미리 알고 들어가야 안심될 것 같았다.
몇만 원이면 될 줄 알았던 관세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내야 했다. 나는 세금을 포함한 총합을 계산해 보았다. 아뿔싸, 내가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그래서 남은 기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 거액의 돈 앞에서 하염없이 작아진 나는 구찌도, 펜디도 아닌 나의 루이비통을 환불하러 갔다. 안녕... 똥아...
그리고 결국 한국에 같이 돌아온 아이들은 나의 것이 아닌 남의 구찌와 펜디였다.
나는 그렇게 하와이에서 내 첫 명품가방이 될 뻔한 루이비통을 그곳에 영영 남겨둔 채, 한국에 도착했다.
하와이는 왜 간 거니? 대체 누구 좋으라고 간 거야? 이 못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