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가방을 선물 받은 엄마의 반응
루이비통을 데려왔어야
신혼여행 때, 하와이에서 나의 루이비통을 포기하고 사온 구찌와 펜디는 한국에 돌아온 후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의 품에 안겨드렸다.
평소 명품가방을 좋아하시던 시어머니는 역시나 펜디 가방을 보시더니 만족해하셨고 그 즉시 모임에 들고나가기 시작하셨다.
구찌, 친정엄마가 인생 처음 접한 명품 브랜드. 엄마는 사위가 있을 때는 뭘 이런 걸 사 왔냐며 고마워하셨다. 하지만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엄마는 나와 둘이 있을 때와 사위가 있었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하셨다.
“얼마 주고 샀냐?”
“왜?”
“그냥~”
“백만 원은 넘어~”
“아이고,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걸 사주지~”
“왜 또 그래? 선물한 사람 생각은 안 하고? 엄마 명품가방 하나도 없잖아~ 중요한 모임 있을 때 들고 다니면 되잖아~”
“엄마는 구찌인지 팔찌인지 그런 거 관심도 없다~ 차라리 에어컨이나 사주지 그랬냐”
그 시점 우리 친정집 에어컨은 상당히 낡아 있었다. 하지만 나의 루이비통을 포기하고 사온 구찌인데 엄마의 그 반응은 굉장히 서운했다.
“뭘 들고 다녀봐야 좋아지는 거지~ 그러니까 한번 들고 다녀봐~”
“백만 원이 넘는 걸 아까워서 어떻게 들고 다니냐? 가방이란 게 좀 편하게 들고 다녀야 좋은 거지~ ”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받을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는 명품가방이 짝퉁가방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자식들 교육 제대로 시키고 집이라도 자가로 가지고 계신 엄마의 평생 노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100만 원짜리 구찌 가방을 못 들 정도로 가난한 상태는 아닌데 엄마도 이제는 좀 가꾸고 꾸미고 다녔으면 싶은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요즘 꼭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만이 소장할 수 있는, 명품이란 게 그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환갑이 넘으신 엄마 정도면 이제 명품가방 하나쯤은 들고 다녀도 괜찮을 연세에도 왜 아직도 명품가방이 사치로라고만 느끼시는 걸까.
명품가방하고 에어컨은 용도 자체가 다르다. 어떻게 에어컨 하고 비교를 할 수 있는지.
엄마가 젊었던 시절, 자식들을 키우느라, 돈 버느라 자기 자신 꾸밀 돈이 없어 그저 흘러가버린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돈이 없었고 지금은 가방 하나 정도는 사드릴 수 있는데 그 비싼 걸 어떻게 편히 들고나 다니겠냐고 하시고.
우리 집과 도긴개긴 형편이 비슷한 시어머니 마인드, 명품 가방 따위는 그렇게 지나친 사치로 여기지 않는, 우리 엄마와는 비교될 수밖에 없는 그 태도가 더욱 나의 마음을 비참하게 했다.
왜 비슷한 형편에서 두 사람의 반응은 이렇게 다른 거지? 현재 양쪽 집안의 경제적 차이가 아주 심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친정이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거기다 시어머니는 평생 전업주부로 사셨고 친정엄마는 워킹맘으로 사셨는데, 그렇게 본인을 혹사시켜 놓고도 100만 원짜리 가방하나에도 벌벌 떠시는지.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나 역시도 나를 위한 루이비통을 하와이에서 환불하고 온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임은 분명했다. 나부터 생각할걸, 사다 달라고 말한 적도 없는 두 어머니들 선물 때문에 내 인생 처음 사는 명품 가방을 환불하고 남의 가방만 사가지고 오다니.
100만 원짜리 구찌가방에 벌벌 떠는 엄마나, 168만 원짜리 루이비통 가방을 환불하고 사 오지 못한 딸이나, 볼품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때 산 구찌가방은 현재 엄마의 집이 아닌 나의 집에 보관 중이다. 엄마는 정말로 구찌 가방을 좋아하지 않았고 들고 다니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안쓰러운 구찌가방을 내 집으로 입양을 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구찌가방을 들고 다닌 적이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장롱에 고이 모셔놓고만 있는 중이다.
그리고 주인 잘 만난 펜디는 현재 아주 많은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고귀한 아이로 쓰임을 받으며 잘 살고 있는 중이다.
하와이에서 구찌를 환불하고 루이비통을 데리고 왔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