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없지만 저에게 자유를 주겠습니다.
퇴사 직전
퇴사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없던 자유가 생기는데, 나는 과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 것인가....
불과 1년 전에는 내 인생에 ‘돈’이 정말 중요한 목표였다. 사실은 지금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퇴사라는 건 그 ‘돈’을 버는 것을 표면적으로 포기한 상태이니 돈에 대해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겠지만 궁핍하면 또 너무 간절한 생각이 들겠지.
며칠 전부터 종아리 뒤쪽이 당기기 시작했다. 오래 서있는 직업이다 보니 아마도... 아직 병원은 가지 않았지만 하지정맥류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면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퇴사를 앞두고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퇴사하면 정말 자유롭게 내 시간을 쓰고 싶었는데 혹시라도 아파서 몸져눕는 것은 아닐까,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몸에서 신호를 보내는 걸까.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잠잠해지려고 노력했다.
‘초기니까 얼마나 다행이야....’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쓰는 방법은 전부 다르다. 나에게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여 5시 넘어 집에 돌아오는 인생은 이제 그만 살기로 했다. 하루 종일, 남을 위해 일하는 나의 삶에 지쳐버렸다.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다 보니 가정을 돌볼 마음의 여유도 없다. 반찬을 안 한지 몇 달이 되었다. 내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신경 따윈 쓰지 않고 자극적인 배달 음식들을 먹는다.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버릴 내 어린 자녀의 시간에 함께 공감하지 못하고 매일 ‘엄마 피곤해~’라는 소리만 입에 달고 산다. 아이의 기억에 ‘우리 엄마는 매일 피곤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시간일 것 같은 확신이 든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내겠지만 남은 자투리 시간, 나를 위해, 또 누군가를 위해서도 시간을 써보려고 한다.
‘누군가를 위해’ 쓸 그 시간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나에게 이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내 것, 내 가족, 내 친구, 내 사람들 밖에 모르던 내가, 나에게 아무런 상관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 단 1분 1초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 마음에 있는 사랑을 흘려보내고 싶다.
내가 가진 에너지와 마음을 짧은 시간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돈’이 되는 일은 아닐 테지만 분명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따뜻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내 손에만 움켜쥐고 살았던 방식들을 조금씩 내려놓아야겠다.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