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서 보여 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핸드폰에서 사진을 찾 확인시켜 주던 분이 있었다. 솔직히 예쁜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각자 바라보는 미의 기준이 다르므로) 보정 없는 사진에서 잘록한 허리와 가냘픈 몸선이 드러나 보였다. "언니~ 진짜 너무 예쁘네요. 그때 완전 킹카였네!" 다들 사진을 보고 뜨겁게 반응을 해 주었다. 그 언니는 또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었다. 다이어트를 하면 살이 쏙 빠졌다가 어느 순간에 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같이 운동을 했던 2년여 동안에 내가 알고 있는 다이어트 횟수만 5차례가 넘었다. 식단 조절은 기본이고 운동도 댄스, 헬스, 걷기 등등 정말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잇살인 뱃살 부분은 잘 빠지는 것 같지 않았고, 살이 갑자기 확 빠져서 왔을 때는 얼굴살도 같이 빠져서 탄력이 떨어져 보였다. 급기야 병원에서 살 빼는 약을 처방받아먹고 있다고 했을 때는 옆에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분은 살이 쪘을 때 오히려 더 활력이 넘쳐 보였고 피부도 팽팽하고 얼굴빛이 좋아 보였다. 주위의 관심을 끄는 매력 포인트가 많았고 귀엽게 잘 웃고, 소녀 감성을 가지고 계셔서 진짜 소녀처럼 보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왜 저렇게 건강을 해쳐 가면서 애를 쓰시는지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해도 결국 다시 원상 복귀될 텐데 굳이 왜 하는가, 게으름과 자기 합리화로 버티던 나는 작년에 폐경이 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190mg/dl에서 255로 확 올라 다이어트를 안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뱃살이 더 늘어나고, 분명 많이 먹는 것 같지 않은데 살이 계속 찌는 것 같았다. 남편은 무슨 말이냐. 보면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니다, 안 먹으면 저절로 빠진다면서 먹는 걸 감시하려 해서 더 죽을 맛이었다. 콜레스테롤 지수와 함께 스트레스 지수도 극도로 치닫고 있었다. 나름 살기 위해 먹는다 생각했는데 여기서 더 줄이면 나는 무슨 낙으로 살라는 말인지. 마침 아들이 수능 시험 이후 6개월로 끊었던 헬스를 학교 가면서 못하게 되어 내가 대신 양도를 받게 되었다. 운동을 죽기보다 싫어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성인병 걸려 죽을 수는 없어서 그날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힘들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안 갈 것이 분명하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인 러닝머신을 1시간씩 하면서 대신 강도를 높여 나갔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열흘이 되도록 몸무게가 더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오랫동안 토실하게 키워온 내 살들이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내 몸의 기름기를 덜어내야만 살 수 있다는 각오로 30분은 걷고 30분은 뛰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지금 2kg 정도 빠졌다. 친언니는 피식 웃으며 그것도 빠진 거냐며 다이어트 축에 끼어 주지도 않았지만 나한테는 너무나 소중한 감량이다. 주위에서 살 빠졌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예전 옷도 맞는다. 무엇보다 점점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앞으로도 꾸준히 1시간 걷기와 뛰기를 병행한 운동을 하게 될 것 같다.
내 별명은 '살찐 이영애'다. 나의 리즈 시절에 목소리와 분위기가 어딘지 연예인 이영애와 비슷하다는 소리를 가끔 들었다. 우리 시어머니도 며느리가 이영애 닮았다고 주위 분들께 말씀을 하시곤 하셨는데 어느 순간 좀 아니다 싶으셨는지 더 이상 말씀을 안 하셨다.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친했던 큰애 친구 엄마가 "언니, 애들 아빠가 언니 이영애 닮았다고 해요. 그런데 살찐 이영애래요."라는 거다. 뭐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살이 쪘다고 해도 이영애 님 모습이 보인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나이 들어 주름도 늘어나고, 예전의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더라도 나는 내가 어느 정도 예쁘게 보인다. 실제보다 얼굴이 2/3로 갸름하게 보이는 마법 같은 우리 집 화장대 거울을 통해서 보면 그렇다. 오랫동안 외모의 변화로 인한 우울함을 잊게 해 준 고마운 그 거울을, 모퉁이가 조금 깨졌어도 나는 앞으로도 절대 버릴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