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이루리 glory Jul 01. 2024

미국보다 앞선 한국의 놀랍고 무서운 영어교육



 매주 금요일은 교회 구역예배가 있다. 성경 말씀을 함께 봉독하고 질문을 통해 삶에 적용해 보고 함께 기도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과 교제를 나누는 시간이다. 한 주의 공과를 마친 후에 구역장님께서 요즘 아이들 영어가 놀랄 노자라면서 한 번 들어보라 하셨다. 


 미국에 있는 손주가 지난주 한국에 들어와서 작년에 했었던 목동의 한 영어유치원을 다시 들어갔는데, 


 "아니, 우리 손주는 지금 미국에서 파닉스 읽는 것도 시작 안 한 거 같은데 여기 아이들은 6세 반 아이들이 저널을 줄줄 읽고 있어요." 라면서 너무 놀랐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냐 물어보셨다. 


 입시를 겪어본 나는 잠시 고민하다, 

 "네... 맞는 거 같아요. 솔직히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거의 영어 유치원을 나왔거나 미국 유학을 다녀온 아이들도 있어요. 영어는 초등 때 마쳐 놓고 중등 때는 고등 과정 선행을 하는 것 같았어요. 저희 아이는 일반 유치원 다녔는데 영어를 힘들어해서 고등학교 들어가서 학원을 주 2회로 다니느라 애먹었어요."

 그동안 보고 느꼈던 것을 그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옆에 계시던 집사님 한 분께서는, 

 "우리 손주 보니까, 영어 유치원에서 두꺼운 영어책을 매일 읽게 해서 고등학교 가서는 영어 공부를 따로 안 해도 점수가 잘 나오더라고요. 그래야 수학 과학 다른 과목 더 할 수 있고요." 

"우리 딸이 그래서 강남 친구들한테 물어봤는데, 다 그렇게 한다고 여기 있을 동안이라도 열심히 하고 가라 했대요. 그런데 유치원 가서 둘러보니 웃는 애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보여 마음이 좀 짠했어요."

"어제 산책하면서 보니 어떤 젊은 엄마는 초등 1학년 정도 되는 아이랑 영어토론을 하면서 가는 것 같더라고요. 대단해요 다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육 열풍은 여전한 것 같은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엄마들이 훨씬 더 똑똑해져서 직접 교육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실력을 갖춰 학습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학원 정보 등에 대한 공개는 친한 사람들끼리만 철저하게 하는 경향이 있고, 자기만의 교육관을 가지고 폐쇄적이면서 열성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 같다는 점이다. 얼마 전 성가대 피아노 반주 선생님께서,


 "아이들 실력이 워낙 쟁쟁해서 초등 1학년 딸아이 영어 학원을 어디 보낼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와이프도 인터넷 카페며 다 뒤져보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옆집 분께서 이사 가시면서 그제야 아이 보낸 학원을 알려 주셨어요. 가보니까 아는 친구들도 벌써들 다니고 있더라고요."


 내 아이만 좋은 학원을 다녔으면 하는 마음인 걸까, 내가 어렵게 찾은 정보를 그냥 내어주기 아까운 걸까, 어차피 자라면서 계속 경쟁자인데 한 명이라도 떨쳐내야 한다는 심리인 걸까. 그래도 우리 아이 유치원, 초등 때는 좋은 거 있음 서로 권하면서 우르르 몰려다니기도 했었는데... 좀 삭막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에는 큰아이 고3 때 친구들 엄마 모임이 있어서 나간 자리에서 이 화제를 다시 꺼냈다. 4명이 학급 일을 하면서 만나서 동기애로 뭉쳐 이후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이 친구들은 지금 서울대, 서울 메이저 의대, 약대를 다니고 있는 최상위권 친구들이다. 

"어렸을 때 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우리 때도 다 그랬잖아요."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 자재들은 고등영어는 한국 입시 학원 만한 곳이 없어서 거꾸로  한국에 들어와서 공부를 하고 간다고 하더니 이 말도 사실인가 보다. 얼마 전 한 EBS 프로그램에서 보았다. 영어권 외국 유명대학의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수능 영어 시험지를 같은 시간에 풀게 했다. 점수가 생각보다 안 나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만점자도 나온다니 명문대 학생들이 혀를 내두른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에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 죽도록 힘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꺼내 주지 못한다. 똑똑한 아이일수록 더 기대를 하고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되길 바란다. 어렸을 때 미리 해두면 나중에 편해지잖아. 네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잘 된 친구들이 꽤 있다. 하지만 안 된 친구들도 많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나는 아이가 어렸을 때, 영어 유치원 견학을 가서 아이들이 그 좁은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 영어로 말하고 공부하고 노는 게 왠지 측은해 보였다. 아이들은 적응을 빨리 해서 거기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놀고 친구들도 사귀도 전인교육도 받는다고 하지만 작은 교실에 둥근 탁자를 두고 빽빽이 앉아 있는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도 보내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고 있는데. "엄마, 난 영어 유치원 안 다닐래요. 놀 데가 없어요." 라면서 아이가 자기 의견을 확실히 말해줘서, 동네에서 제일 나무가 많고 대지가 넓은 유치원에 보냈다. 결과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항상 영어는 2등급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교육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인데, 남들 어렸을 때 놀았으니 천재가 아니고서야 점수가 안 나오는 게 당연한 거다. 다만, 더 심하면 심해질 뿐 개선되지 않고 있는 소위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방'을 가질 수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