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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이루리 glory Jul 06. 2024

나의 공감능력 최대치로 끌어내기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심리유형검사)는 성격유형을 측정하기 위해 캐서린 브리그스(Catharine Briggs)와 이사벨 마이어스(Isabel Myers)가 1900년부터 1975년에 걸쳐 개발한 검사로,  융(Jung)의 성격유형이론을 근거로 제작되었다. MBTI 검사지는 모두 9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네 가지 척도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 결과는 E(외향)-I(내향),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단)-P(인식) 중 개인이 선호하는 네 가지 지표를 알파벳으로 표시하여(예, ISTJ) 결과 프로파일에 제시한다. 이에 따라 MBTI의 성격유형은 열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요즘에는 MBTI 검사가 일반화된 듯하다. 연인과의 첫 만남에서도 왠지 어색하면, "MBTI가 어떻게 되세요?" 하면서 말문을 트기 좋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MBTI 검사결과지를 집으로 보내 아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도 학생들의 인강 학습을 관리해 주는 일을 할 때  MBTI를 자주 물어보곤 했는데, 학생들의 학습 성향을 파악하는데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MBTI가 ISTJ다. 내가 ISTJ라고 하면, "왜? F성향이 강해 보이는데?" 하면서 놀라는 분들도 많다. 나는 예기치 않게, 통제가 안 될 정도로 감정이 솟구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의아해서 한 번 더 해보았는데 역시 ISTJ였다. 내가 좀 계획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 그리고 나이 들면서 준비가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게 싫어서 찬양대 활동 등 같이 합을 맞춰야 할 때 시간을 더 내서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살면서 ISTJ가 좀 피곤한 면은 있지만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하면서 별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어제 큰언니와 대화를 하던 중, 나도 스스로에게 좀 놀라서 나의  ISTJ의 성향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다


"지금 병원인데,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 이러다 사지마비가 올지도 몰라.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보고 싶다..."

 큰언니는 오래전부터  후종인대골화증을 앓고 있었는데 아무리 아파도 정확한 병명을 알 수가 없어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작년에서야 정확한 진단을 받게 되었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 이른 아침, 아픈 몸을 이끌고 집에서 거의 두 시간 거리쯤 되는 평촌의 병원으로 진료를 간 언니는 이미 또 다른 검사를 마친 후였다. 무리해서 병원을 거의 매일 가다시피 하는 것도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치료도 받기 전에 죽겠다고 하니 그 순간 나는 아픈 언니를 위로하는 게 아니라,

"언니, 사지마비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진단을 어디 병원에서 받은 거야?"

라고 했다. 언니는, 다시 한번 그동안 갔던 병원들과 진단 과정을 카톡으로 쭉 보내줬다. 내 핸드폰이 고장 나서 예전 대화기록들이 없어진 상황이라 기억도 싹 다 지워진 것 같았고, 진단명도 세 가지나 되어서 사실 내 머리로 외우기가 힘들었다. 언니는 동생이 남들보다 못하다,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냐면서 섭섭해했다. 그래도 늘 꿋꿋하게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써온 언니한테 미안했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언니, 인명은 재천이야. 시청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분들도 있는데... 아직 멀쩡한데 죽긴 왜 죽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언니는 화가 나서 카톡 대화방을 나갔다. 전화도 안 받고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언니가 아픈데 내가 너무 냉정했나 하루 종일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나의 MBTI 성향을 찾아보았다가 내가 극도의 ISTJ인 것에 놀랐다. 10가지 중 9가지 정도는 다 내 얘기였다. 집돌이, 집순이에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강해서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못하고, 혼자서 하는 일은 무지 잘한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너무 싫고 본인 얘기를 은근히 하지 않는다. 책상이 정리 정돈이 안되어 있으면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극 I성향이었다. 나도 감성적인 F로 살고 싶은데... 글 쓰는데도 이성적인 생각을 주로 많이 하는 편이고 자료가 확실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 그러다 보니 자료 출처를 논문처럼 붙이게 된다. 


●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하고 선입견이 강하다  낯가림이 심하지만, 친해질수록 허물없는 편이다. ● 안정적인 방향을 선호하며, 혼자서도 일을 잘한다. ●자신만의 루틴이 깨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어서 주어진 일을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완수하려 한다. 때문에 타인이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태만한 모습을 보일 경우 짜증을 내기도 한다. ● 예고 없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매우 싫어한다. ● 본인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이라, 남들이 속을 모르겠다고 말한다. ●집돌이, 집순이인 경우가 많아 휴일에도 집에서 주로 지낸다. ●인내심이 강해서 참고 참았다가 터뜨리는 편이라, 한번 화낼 때 크게 낸다.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성, 대중성을 중시하므로 취미를 가져도 일반적인 것, 아니면 전통적인 것을 주로 선호한다.● 기본적 예의가 없는 인간은 가차 없이 손절하고, 한 번 적대감을 느끼면 굉장히 오래간다.  <나무위키 ISTJ의 성향 중> 


 이런 성격 유형도 유전이 되는 것인지 우리 딸아이도 ISTJ이다. 내가 좀 무리해서 유난히 피곤했던 어느 날, 

"엄마, 괜찮아요? 많이 힘드시죠?"

감정은 없고 억양이 하도 로버트 같아서 학습된 거냐 했더니 엄마가 예전에 이렇게 하라고 가르쳤다고 해서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저녁에 언니한테 다시 연락이 왔다. 우리 집 자매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정말 다행이다. 언니는 갱년기 증상까지 더해져 열감이 계속되고 감정기복이 심해 그렇다면서 먼저 미안하다 했다. 나는 언니 아픈데 도움을 못 줘서 더 미안하다 했다. 우리 언니는 그 병 외에도 아픈 곳이 많다. 언니가 좋아하는 오이지라도 무쳐서 밑반찬 좀 챙겨놓고 병원 갈 때 같이 가줘야지, 아프다고 하면 괜찮은지 물어보고 얘기라도 더 들어줘야지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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