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뒹굴뒹굴 거리다 슬금슬금 일어나 실내 온도를 확인하는데 22e가 뜬다. 몇 주 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아파트 입주민 카페의 글을 뒤적여 해결한 적이 있다.
그때는 보일러 콘센트만 뺐다가 다시 꽂으면 된다는 글을 보고, 처음으로 보일러 덮개도 열어보고 보일러가 콘센트를 꽂아서 사용된다는 것도 알고 흐뭇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찝찝한 느낌, 이건 분명 임시방편일 테고 다시 고장이 날 것 같은 확신!
그날이 오늘이다. 다행히 햇살이 좋아서 기본 난방 설정 온도보다 실내 온도가 더 높아 천천히 해결할까 잠시 게으름이 올라왔으나 난방은 몰라도 온수는 안될 일이다.
다시 입주민 카페를 뒤적인다. '전원 다시 켜기'는 패스. '수리기사님 불렀어요'도 패스. 집에 낯선 사람 오는 일은 최소화하는 것이 1인 가구의 나름의 원칙이다. 그러다 셀프수리 글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한다.
"쉬워요. 남편분 손재주만 있으면"
여전한 생활 속 성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며 '우 씨, 난 남편분도 손재주 좋은 남편분도 없는데' 하며 입을 한 번 삐죽여 보고, 대신 손재주 있는 본인이 있으니 일단 도전해 보기로 한다. 공구를 가져와서 일단 보일러 덮개는 모두 떼어내긴 했는데,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반복해서 보고 실제 보일러를 살펴봐도 모르겠다.
물통에 물이 가득 차서 생긴 에러라서 나사 풀고 물만 빼주면 된다는 설명과 간단히 금방 성공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댓글들 속에서 내 눈동자만 갈 길을 잃었다. 고인 물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빠진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다시 나름의 짐작과 이런저런 설명을 종합해 몸을 구겨가며 나사 하나를 풀었더니 나사에 물이 묻어 나온다. 이게 맞나 싶은 순간 나사가 빠진 구멍에서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진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속도면 금방이 아니라 금년도도 넘겨야 할 판이다.
다시 고민하다 뒤적뒤적 주방을 뒤져서 발견한 빵끈을 야무지게 손에 쥐고 나사구멍에 쑥쑥 넣는 순간 물이 한 줄기로 흘러내린다. 오, 진짜 고인 물이 순식간에 빠졌다. 다시 모든 것을 원위치 시키고 거실로 돌아와 버튼을 누르니 22e가 사라졌다. 고쳤다.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