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얼굴이 맞닿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고갱님과 눈맞춤 하는 것이 일상이고, 지인 및 불특정 타인과의시선에도 불편함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애정하는 가수의 영상을 집중해서 보는데 문득 내가 화면 속 가수의표정들을 피해 자막 또는 노래가사에 시선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물론 노래 가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클로즈업이 아닌 풀샷에서는 화면에집중한다는 것은.
뭐지?
말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선택지는 딱 2가지 일뿐 매 순간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며 살고 있다 생각했건만,투명한 눈빛으로 상대의 표정과 눈을 보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순간,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살고 있는건지 '아차! '싶다.
정말 아무런 의식도 담기지 않은 그대로의 내가 담긴 눈빛을 타인에게준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상대의 같은 눈빛을알아차리고 받아준 적도 없는 것 같다. 때로는나를 향한 그 시선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그러니,정확히는내 감정을 들키는 것보다 상대의 표정과 눈빛을 통해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주는 것에 대한 거부다.
오롯이 온전하게 내 모든 것을 받아주는 이에게만 보일 수 있는,내 마음을보아주듯 네 마음이 보고 싶어야 열리는 서로를 향한 투명한 눈맞춤을 잃었다.
일상과 섞이지 않고 one way 덕질에서 오는 편안한 대상이기에 보일 수 있는 3년 가까이 내보인 적 없는 맑은 눈빛이 마중물을 만났다.의식적으로 화면 속 대상의 표정을 살피고 눈맞춤도해본다.판단이 필요치 않는 수용이다.
문고리를 걸어두고 빼꼼 눈치만 살피던 마음이 드디어 삐걱삐걱 요란한 듯 서툴게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기도하다.첫손님이 제일 어려운 법이니.
위로는 상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준비된 마음이 알아서 받는 것이기에때늦은 덕질이 밟고 밟아 굳어진 딱딱한 흙을 보슬보슬한 옥토로 만들어주지 않으려나!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어줄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