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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90프로의 컨디션

by 길고영

지난 수요일 더운 날씨와 시원한 바람의 조합으로 컨디션이 내려갔다. 회사업무가 아닌 개인적 용무로 목요일~일요일 하루 두 개씩 일정을 소화했고, 병이 났다.


철마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직장 동료가 있다. "감기는 약 먹으면 7일, 버티면 일주일" 그의 말은 구내염에도 적용된 것 같았다.


슬기로운 회사원이 되지 못한 채, 사후 약방문을 연다. 장갑, 마스크, 목도리, 담요, 전기매트, 아프니벤큐, 쌍화탕, 거한 저녁식사의 힘으로 컨디션을 올리려 했다.


무표정의 사무실. 그곳에는 어제의 신나는 일을 가져가지 않는다. 물론 숙취도. 다만 컨디션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사무실에서도 한겨울의 옷차림으로 지냈다. 평일 이틀을 더 앓고, 저녁이 되니 한결 나아졌다.


회사에서 아낀 힘으로 미뤄둔 집안일을 했다. 제습기 정리, 미뤄둔 바느질, 대출도서 반납 및 재대출. 2주간 책을 읽지도 반납도 미룬 자의 미련이 묻어 있는 대목이다.


모자란 컨디션 때문인지 다음주와 월말에 있을 독서모임에 대한 의욕이 나지 않는다. 독서모임 [그믐]에 [싱글 챌린지]로 나름의 배수의 진을 칠지 고민해 보다가 다른 것들도 저울에 올려본다.


[****야간등산]

[***늦지 않게 염혜란 배우의 연기 스크린으로 감상하기]

[**싱글 챌린지]

[*널브러져 있기]

...


오늘 저녁은 무슨 일을 하며 종이 인형같이 나풀거릴지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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