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의 엔딩 크래딧이 오르는 것을 보며 허전함이 느껴졌다. 이내 가족 영화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화의 시작 직후 바로 올라가던 안내문구에 관심이 한번 일었다. [실화에 영감을 얻었습니다]
영화는 단독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른바 사회적 성공을 한 남자에서 출발한다. 그러곤 곧 그의 현실을 비춘다. 유전 희귀병을 앓는 두 자녀의 치료비로 연봉이 통째로 들어가며, 자녀의 삶이 길지 않을 예정이라는 것. 그는 틈틈이 희귀병의 최신 연구를 공부했고, 결국에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교수님을 만난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다른 영화들과 같은 작법일 거라 예상했고 틀렸다.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매 순간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반전의 거듭한 영화가 실화 바탕의 드라마 장르라니. 업계의 단면을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에도 감탄을 했다.
놀란 장면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교수님을 움직일 수 있는 액수, 정전에 대비하는 법, 파격적인 벤처 투자 협상제안, 경쟁사로 M&A, 교수님 이론 증명의 시기상조, 첫 임상 시험 환자군에 남자의 자녀가 포함되는 법, 투약 직후 보이는 아이들의 치료반응.
개기 일식이라는 완벽한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정교해야 하는지 역설하는 것을 몇 번 들었다. 그 남자의 현재의 행복이란 완벽한 모양을 만들어낸 정교함을 상상해 본다. 수많은 우연과 사이사이 녹아져 있는 그의 기지, 그리고 그가 찾아낸 필연.
수첩에 이런 문장을 적은 적이 있다. '운이 작용하는 과학'. 결과를 예상하고 실험을 하는 일, 하지만 예상과 결과가 계속 일치할 순 없다. 연구 노동자는 항상 동전을 높이 던져 앞면/뒷면을 맞추는 놀이를 계속하는 사람들이다. 영화 속 교수님의 초록색 효소는 처음에는 주목받지 않는다. 그리고 거듭된 연구 끝에 학계의 인정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세계의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 엔딩 크래딧에 적힌 '다른 희귀 질환 연구도 진행한다'는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