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저편에 미뤄둔 나의 위치가 상기된다.
영화 [특별조치]에서는 환자의 가족이 신약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걸 다뤘다.
그들의 이야기는 성공으로 결말지어졌고, 책이 되고 영화가 되었다.
나는 가족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 교수님의 이론이 맞는지 실제 행하는 사람이다.
내 이름이 적힌 두 개의 명함을 본다.
한 개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회사. 나머지는 그 회사를 사라지게 한 회사.
창업주는 대한민국의 지원하에 사업을 키웠고, 꿈을 품고 나와 같은 직무의 사람들을 고용했다.
그의 첫 성공도 지금과 마찬가지였으리라. 창업주의 샘솟는 연구테마.
그리고 그걸 실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의 꿈과 함께 우리의 직무도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는 순간에 직면해 있다.
물론 그 순간이 일년여를 통과하고 있는 건 좀 아이러니하다.
팀 내에서 직함, 연봉, 성실도가 가장 우수한, 아버지 나이대의 상사.
일년여간 불발된 그의 기지가 발해지길 빈다.
지금은 채워진 내 옆자리 사무공간.
그곳에 있던 이는 다음으로 이직하며 이곳에 대한 운을 확정했다.
다음 직장을 위한 발판으로써의 이력서 한 줄.
높게 던진 내 동전의 앞/뒷면을 아직 결정하지 않아 본다.